‘면 장갑’속 인간의 삶과 갈등

  • 입력 2008년 10월 7일 08시 15분


장갑 소재 조형예술가 정경연씨 30년 기념전시회

“장갑 안에 손을 넣으면 누구든 따뜻하고, 어떤 손이든 면장갑 안에서는 평등해요.”

오랜 시간 장갑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온 조형예술가 정경연이 ‘30년 기념 전시회’를 연다. 검은 목장갑에서 빨주노초 형형색색 목장갑까지 다양한 빛의 염료로 물들인 장갑과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섬유미술을 미디어, 판화, 조각 등 다양한 작업과 접목해 주목받았던 작가는 30년 기념 전시회에서 그간 직접 만들고 재구성한 목장갑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작가는 캔버스나 화선지 대신 하얀 목장갑을 일관되게 소재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번뇌하는 마음 안에서도 중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인간을 대변하는 신작 ‘블랙홀’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는 명상에 심취했을 때는 모노톤의 색을 사용하고, 서낭당을 보고 샤머니즘을 발견했을 때는 원색을 사용했다. 작가의 인생관이 반영된 다양한 색조와 새로운 시도의 작품을 연대별로 감상할 수 있다.

인간과 관계에 대한 화두를 줄곧 작품에 반영해온 그는 30년 동안 면장갑을 사용한 이유도 모녀의 관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 중반 유학시절 어머니가 작업할 때 손을 보호하라고 보내준 장갑이 시초였다. 장갑은 어머니의 애틋한 정과 그리움이 스며있는 소재다.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장갑과 독창적인 작품을 30일까지 서초동 세오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의:02)583-5612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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