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없고 진중한 로맨틱 코미디…‘미스 페티그루의…’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중년 여성의 로맨스를 잘 표현한 ‘페티그루’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코언 형제의 형 조엘 코언의 부인이다. 자료 제공 영화사 하늘
중년 여성의 로맨스를 잘 표현한 ‘페티그루’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코언 형제의 형 조엘 코언의 부인이다. 자료 제공 영화사 하늘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는 오후에 즐기는 홍차 ‘얼 그레이’ 같다. 20세기 초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의 달콤한 향을 내지만 맛은 훨씬 깊다.

가난하지만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 페티그루는 빈민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클럽 가수이자 연예계 지망생인 라포스의 복잡한 남자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를 계기로 페티그루는 라포스의 매니저가 되어 사교계에 진출하는 기회를 얻는다. 페티그루의 검소하고 고지식한 언행은 허영에 들뜬 런던 사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주목받는다.

이 영화의 전개는 관객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페티그루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전형적인 영국 신사인 프롬필드의 로맨스에서 빛을 발한다.

중년의 두 사람이 전쟁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기억과 삶의 무게를 나누며 끌리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사랑한다’는 표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사랑해”를 연발하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는 다른 방식이다.

“아무 대화도 못 나누고 있으니 다음 곡은 당신에게 춤을 청해야겠네요” “이런, 나는 왈츠밖에 못 추는데요.”

마침 파티장에는 왈츠가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수줍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우연’이라는 진부한 장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누가 이 영화를 보면 좋을까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환호했던 시청자 △19세기 런던의 최첨단 패션 아이템이 궁금한 ‘치크리트’족 △가벼운 말장난 대신 진중한 로맨틱 코미디로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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