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뭐, 베토벤 ‘환희의 송가’가 EU 國歌라고?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왜 예정에 없던 곡 연주하지?”

앉은채 감상 본의 아닌 ‘결례’

18일 오후 7시 반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는 ‘대한민국-이스라엘 60년 음악회’가 열린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이스라엘 독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친선음악회다. 이 음악회에서는 본 공연에 앞서 이스라엘 국가 ‘하티크바’(히브리어로 ‘희망’이란 뜻)가 애국가에 이어 연주된다. 올해 2월 평양 뉴욕필 공연에서 북한과 미국의 국가가 연주된 것처럼 친선을 위한 음악회에서는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최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지휘한 유럽연합(EU) 유스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해프닝이 벌어졌다. 무대 위에 EU 소속의 각국 깃발이 장식된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했다. 그 뒤를 이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연주되자 관객들은 “왜 프로그램에 없는 곡을 연주할까”하고 의아해하며 모두 자리에 앉았다. 객석 중간에 10여 명의 EU 대표부 관계자들만 선 채로 연주를 끝까지 들었다.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환희의 송가’는 2003년 EU헌법의 초안을 만든 유럽미래회의에서 EU를 대표하는 국가(國歌)로 선정했다.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서로 손을 마주잡자, 형제여, 별이 가득한 하늘의 저편에 사랑하는 신이 계신다”는 ‘환희의 송가’는 인류의 화해와 희망을 그린 곡이다.

그런데 이날 연주회장에서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양국의 국가가 연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한국 팬들이 EU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하게 된 것이다. 18일 이스라엘 국가가 연주될 때는 관객들에게 그 사실이 미리 고지됐으면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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