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에 내가 너무 많아… 20살 감정표현 애먹어”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화려한 피아노 연주를 보여 주려고 하루 8시간씩 연습했어요. 피아노를 부수고 싶긴 한데 소속사에서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지난해 ‘피아노록’으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른 가수 윤하가 2집 ‘섬데이’로 돌아왔다. 홍진환 기자
“화려한 피아노 연주를 보여 주려고 하루 8시간씩 연습했어요. 피아노를 부수고 싶긴 한데 소속사에서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지난해 ‘피아노록’으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른 가수 윤하가 2집 ‘섬데이’로 돌아왔다. 홍진환 기자
2집 ‘섬데이’로 돌아온 윤하

가수 윤하(20)는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한국으로 역수입됐다. “평범한 외모 때문에 한국 기획사에서 잇달아 퇴짜를 맞았다”는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정규 음반 2장, 싱글 음반 9장을 냈다.

피아노 위를 통통 튀어 다니는 듯한 연주 실력과 시원한 가창력에 오기를 갖춘 그는 발랄하고 당돌하다. 낯간지러운 가사(‘하루에 4번 사랑을 말하고 8번 웃고 6번 키스를 해줘’)로 10대의 연애 공식을 표현한 1집 타이틀곡 ‘비밀번호 486’은 지난해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여가수들의 히트곡과 맞섰다.

올해 스무 살인 윤하의 2집 ‘섬데이’는 그 나이만큼의 감성을 담았다. 23일 만난 그도 “업그레이드된 1집 같다”고 표현했다. 자주 마주치는 남자에게 당당하게 사랑을 말하는 ‘텔레파시’와 완벽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가십보이’는 1집에서 보여준 ‘틴 록(Teen Rock)’ 그대로다. 록의 사운드는 강해졌고 피아노 연주도 화려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10대처럼 발랄하다.

“‘우리 딸내미도 윤하를 닮아야 할 텐데’ 하는 말을 어른들에게서 자주 들어요. 저는 모범생에 정석 이미지는 아닌데…. 그냥 즉흥적으로 사는 아이일 뿐이에요.”

윤하는 자신의 모범생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학점은 4.5점 만점에 3.0점 근처. 소속사 스탐의 이애경 이사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윤하에게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의 준말)하세요”를 넣은 사인을 부탁하는 어른이 많다고 했다. 윤하의 ‘열공’ 메시지가 자녀에게 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하는 “자신에 대한 ‘악플(악의적 댓글)’ 밑에 악플을 적다가 그런 자신에게 짜증나서 무관심해지는” “내 속에 내가 많아 고민이고 쉴 땐 시체놀이를 즐기는” 평범한 스무 살이었다.

한국에서 겪은 연예계 생활 1년으로 인해 적잖은 생채기도 생겼다. “지난해 음반이 성공하자 거들떠보지 않던 이들이 부탁을 많이 한다”는 그는 아직도 아쉬운 점으로 “일을 일찍 시작한 것”을 꼽는다.

지난해 한국 데뷔 때 내세운 ‘싱어 송 라이터’라는 호칭도 부담스럽다. 이번 음반에는 12곡을 만들어놨다가 2곡만(‘포 카사리나’ ‘미워하다’) 수록했다. 나머지 곡들은 타블로, 조규찬 등이 작곡했다. 그는 “굳이 내 것을 내세우지 않아도 아직은 괜찮은 나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보컬에 가장 애를 먹었다. 스무 살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표현의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슬픔, 기쁨에도 표현방법이 많잖아요? 머릿속에서 제각각 감정들이 가지를 치지만 표현은 되지 않아요. 일찍 인기를 얻으면 할 수 없는 게 많아요. 음악에는 또래의 경험이 필요한데…. 연애? 그것도 그중 하나겠죠.”

그러더니 곧 마음을 다잡는다. “1년 전까진 친구들이 롯데월드 가는 게 부러웠어요. 요즘 그 친구들이 취업문제로 고민을 털어놔요. 음…. 다른 건 몰라도 싱글과 앨범을 한 장씩 낼 때마다 마음의 키가 조금씩 자란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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