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입이 세다” 돌아온 CM송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기억하기 쉬워 브랜드 인지도 높여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롯데칠성음료, 2006년)

“오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 (에쓰오일, 2006년)

“금 나와라 뚝딱 금메달이 되고∼.” (SK텔레콤, 2008년)

최근 CM송(광고 선전용 노래)을 흥얼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멜로디가 단순하고 흥겨워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광고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CM송은 1990년대 컬러TV가 보급되면서 화려한 영상에 묻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 뜨고 있다. 왜일까.

○ 전성기와 암흑기

CM송도 유행을 탄다.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CM송은 1959년 진로소주가 대표적이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 당시 유행하던 차차차 리듬에 맞춰 ‘야야야 야야야 차차차∼’로 시작되는 CM송을 불렀다.

CM송은 특히 1970, 80년대 높은 인기를 누렸다. 기존 노래를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는 규제 때문이었다. 당시 ‘하늘에서 별을 따다’(오란씨) ‘손이 가요, 손이 가∼’(새우깡), ‘이상하게 생겼네’(스크류바), ‘12시에 만나요’(부라보콘) 등이 탄생했다.

하지만 컬러TV가 보편화한 1990년대 CM송은 점차 사라졌다. 대신 화려한 영상과 유명 연예인이 그 자리를 꿰찼다.

○ 2000년대 화려한 부활

1961년에 만들어져 크게 히트를 했던 샘표간장의 CM송(맛을 보고 맛을 아는∼)은 2000년대 들어 록과 국악버전 등으로 현대화됐다. 샘표는 이를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은 랩으로 만들어졌고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도 테크노풍의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김유택 롯데제과 홍보부장은 “장수상품일수록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과거 히트 쳤던 CM송을 다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TV를 보지 않아도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저렴한 라디오 광고를 통해서도 제품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CM송은 기업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을 중요시하면서 CM송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광고 내용이나 모델이 수시로 바뀌지만 끝부분에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CM송으로 통일감을 주는 하이마트 광고가 좋은 예다.

○ 입으로 기억→제품 구매

CM송의 힘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기억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시각적인 영상은 한 번 지나가면 끝이지만 입으로 외우면 수시로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고금리 때문에 대부업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소비자도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러시앤캐시)라는 CM송을 스스럼없이 따라 부른다. 과거 식음료 업종에서 주로 사용되었지만 요즘 보수적 성향이 강한 금융업계, 공익광고 캠페인에까지 확대됐다.

이현준 대홍기획 국장은 “옛날 CM송은 제품을 알리기 위한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슬로건화된 짧고 쉬운 카피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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