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간 국토 400km 걷고 또 걷고 난타 11년 돌아보고… ”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송승환씨 ‘대장정’ 마쳐

‘무작정 걷고 싶었다. 그리고 걸었다.’

난타로 유명한 방송인 송승환(51·PMC프로덕션 대표·사진) 씨가 국토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400km 대장정’을 지난달 29일 마쳤다.

대장정을 하는 동안 몸무게가 3kg이나 빠지고 하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랐다. 다소 지친 기색이지만 얼굴은 구릿빛으로 빛났다.

송 대표는 “난타를 시작한 지 11년 됐다.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달렸다. 쉬고 싶었다. 나이 50세를 넘으면서 인생을 중간 점검할 필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지난달 2일 경기 가평군에서 출발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부산을 거쳐 제주까지 28일 동안 매일 걸었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장정 코스를 잡았다. 처음에는 물집으로 고생이 많았다. 땡볕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도 숨을 막히게 했다.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겨우 오르면 또다시 고갯길이 나왔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하루 7∼8시간을 계속 걸었다. 충청도 시골 마을에서 만난 중년 아낙은 “(송승환) 맞지유? 드시유”라며 복숭아를 건네기도 했다. 속으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식당에서, 허름한 여관에서 시골 인심을 제대로 느꼈다.

감자, 고추밭이 새롭게 다가왔다. 버스요금, 택시비가 얼마인지 알았다. 아이스크림을 원 없이 먹었다.

그는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 낙화암, 화양계곡이 좋았다. 나무 그늘에 누워 쳐다본 파란 하늘, 떠다니는 구름은 세상만사를 잊게 한 최고의 경관이었다”고 말했다.

하천 계곡에 쌓인 쓰레기를 보면서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자신이 있던 자리에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았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뒤늦게 생각나 되돌아간 적도 있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르는 경험을 했다”며 “몸은 지치지만 평생 프로듀서, 연기자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기회가 닿는다면 사도(使徒) 야곱이 유럽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다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800km’ 도보여행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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