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864호 군사용 쇠북은 ‘가짜’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문화재청 “현대 조각기법… 보물 해제 검토”

국내 유일의 군사용 쇠북으로 1986년 보물 864호로 지정된 금고(金鼓·쇠북·사진)가 가짜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10일 “이 쇠북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조사한 결과 앞뒤가 맞지 않고 현대적 조각 기법 흔적이 발견돼 보물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박물관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 이 쇠북에는 “삼도대중군사령선(三道大中軍司令船)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용된 쇠북이며…병술년(1586년) 3월에 제작됐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은 한 공예가의 제보에 따라 이 쇠북을 조사한 결과 충청 전라 경상도 등 삼도 수군제도는 쇠북에 새겨진 1586년보다 7년 뒤인 1593년에 생겼다는 점을 밝혀냈다. 훈련을 책임지는 중군(中軍)도 조선 후기의 직책이며, 사령선이라는 말도 조선시대 지휘관의 배는 좌선(座船)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틀린 표현이다.

문화재청은 고리를 달기 위해 뚫은 구멍이 기계를 사용한 것처럼 깨끗하게 처리돼 있고 명문이 기계로 파낸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손명희 학예연구사는 “1980년대에 과학기술문화재를 대거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3명이 수십 점의 유물 중 가짜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 위작 사건으로는 1996년 국보 274호였던 거북선 별황자총통(別黃字銃筒)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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