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해외원작 한국뮤지컬 국제무대로 역수출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세계무대를 향한 한국 뮤지컬계의 발걸음이 바쁘다.

한국과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들이 25일 뮤지컬 ‘드림걸즈’의 공동 제작에 들어갔다. 이어 한국과 체코 제작팀이 7월부터 체코 뮤지컬 ‘햄릿’의 공동 제작에 들어간다.

이처럼 국내 뮤지컬이 해외 뮤지컬을 수입해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제작한 외국 뮤지컬을 다시 해외에 ‘역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성장 신호로 해석된다.

○ 한국이 18년 만에 부활시키는 ‘드림걸즈’

‘드림걸즈’는 198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18년 동안 공연되지 않았던 작품. 2005년 비욘세 주연의 영화 ‘드림걸즈’가 흥행하자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뮤지컬로 제작할 결심을 하고 이를 위해 지난해 ‘뉴 드림걸즈 프로덕션’(가칭)을 만들었다. 여기엔 원작의 작곡가 헨리 크리거 씨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코러스라인’의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존 브를리오 씨를 비롯해 ‘아이다’ ‘나인’ ‘헤어스프레이’ ‘42번가’ 등에 참여했던 조명, 의상, 무대 디자이너 등이 합류했다. 예상 제작비는 100억 원.

공동 프로듀서인 신 대표는 “새롭게 만들어진 ‘드림걸즈’는 2009년 한국에서 초연된 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계획”이라며 “한국 공연뿐 아니라 미국 공연의 배우 캐스팅, 곡 선정, 대본 등 모든 작업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판권은 오디뮤지컬의 프로덕션이 갖는다.

○ 한국 공연이 만들어 낸 월드 버전 ‘햄릿’

뮤지컬 ‘햄릿’은 지난해 국내에 소개돼 시즌 1, 2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체코 라이선스 작품. 한국 판권을 계약했던 EMK사는 체코 원작자인 야네크 레데츠키 씨에게 세계 공연을 위한 월드 버전 제작을 제안해 공동 작업이 성사됐다.

김지원 EMK 이사는 “한국 공연을 본 레데츠키 씨가 무대 의상 안무 등이 체코 원작보다 낫다며 공동 제작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월드 버전에는 거트루드와 클로디어스의 사랑이 부각된다. 공연에서 나오는 수익과 로열티는 공동으로 배분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판권은 EMK가 갖는 조건이다. 7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8월 말 국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 한국, 소비시장에서 생산지로

지금까지 한국은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소비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해외 뮤지컬을 국내에서 제작하는 경우에도 복제 생산 정도에 그쳤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도 해외에서 제작한 설계도에 따라 그대로 제작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변화가 생겼다. 국내 초연작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올슉업’은 원작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대본은 물론 무대 의상도 대폭 수정했다. 수정된 한국 버전은 완성도 면에서 원작보다 더 낫다는 평과 함께 일본에 수출됐다.

‘드림걸즈’와 ‘햄릿’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간 수준이다. 해외 무대에서 올리는 뮤지컬을 한국에서 직접 제작하는 형식. 국내 제작진이 프로덕션을 만들고 미국과 체코의 스태프가 합류해 새로운 뮤지컬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한국에서 초연을 하고 각각 미국 브로드웨이와 체코에서 막을 올린다. ‘햄릿’은 이미 일본의 유명 뮤지컬 제작사 ‘도호’와 판권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씨는 “이러한 공동 작업이 이뤄지려면 산업적인 상호 신뢰와 예술적 평가가 잠재해야 한다”며 “한국이 단순한 소비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나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이제 한국 뮤지컬 제작사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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