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는 목적 아닌 수단 보편적 가치 지향해야 성공”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7분


■ 계간 ‘철학과 현실’ 현정부 실용주의 진단

“원칙이 살아야 실용주의도 힘을 얻는다. 사리를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따지는 것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실용주의는 어떤 궁극적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실용주의가 목적을 상실하면 방향타를 잃은 채 망망대해로 치달리는 함선이 된다.”

철학문화연구소가 계간 ‘철학과 현실’ 여름호의 ‘실용주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정치학 철학 교육학 부문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해 온 ‘창조적 실용주의’를 진단했다.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념이 튼실해야 실용도 산다’는 글에서 ‘이념을 넘어 실용을 지향한다’고 하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전임 노무현 정부의 ‘이념 과잉’에 대한 치유책으로 실용을 내세우는데 이것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정합성을 띨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부를 훨씬 강한 ‘이념정부’라고 볼 수 있는데도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한데 버무려 섞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맹종하며 경제에 도움이 되면 무엇이든 좋다고 하는 천박한 속물근성은 프래그머티즘과 다르다”며 “실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원칙까지 무시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을 속물주의의 제단으로 몰아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형찬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방법으로서의 실용주의-조선후기 실학을 통해 본 실용주의의 역할’에서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를 조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정약용, 최한기 등 실학파 지식인들의 주장은 일차적으로 ‘선진 문물을 들여와 조선을 부강하게 하자는 것’이었지만 부강한 나라 만들기가 궁극의 목적은 아니었다. 부강한 나라를 건설함으로써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는 인간의 삶과 사회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적 번영이 최우선의 가치가 될 때 인권, 평화, 자유, 평등 같은 가치가 손상되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실용’ 과잉의 시대는 ‘명분’ 과잉의 시대 못지않은 폐해를 낳게 된다”며 “실용주의는 궁극의 목적 아래서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하며, 그 목적의 실현 과정을 통해 더욱 보람 있는 ‘실용적’ 성과를 이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창조적 실용주의 교육 정책’에서 ‘자율’ ‘경쟁’ ‘책무’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야 하고 교육 수요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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