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면 눈물 흘려요”… ‘별난 사람들’ 오디션 경쟁률 10대1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건물 앞에서 ‘놀라운 대회 스타킹’ 지원자들(왼쪽)이 작가에게 자신의 장기를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건물 앞에서 ‘놀라운 대회 스타킹’ 지원자들(왼쪽)이 작가에게 자신의 장기를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오프 디 에어’: ‘온 에어(On Air)’의 반대말로 전파가 송신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컷과 컷 사이에서 방송에 나오지 않는 제작 현장을 스케치한다. <편집자>》

“‘딸랑 이거’야?” “또 있어요. 15초면 눈물을 흘릴 수 있어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6층 ‘놀라운 대회! 스타킹’ 출연자 선발 현장. 입술로 “뽀오뽕” 소리를 내며 ‘애국가’를 연주하던 신승철(15) 군이 멋쩍은 듯 웃는다. 목 혈관이 튀어나오도록 눈에 힘을 주는 신 군. 30초가 지나도 얼굴만 빨개질 뿐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어색한 침묵.

“박수 소리를 크게 낼 수 있어요. 또 달걀 껍데기도 먹을 수 있어요.”

“어, 그러니….”

매주 열리는 ‘스타킹’ 예심엔 재주를 선보이려는 지원자가 100여 팀에 이른다. 팀당 20∼30분씩 심사를 받는데, 이 중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팀은 10%도 안 된다.

출연자 선발 기준은 재능만이 아니다. 자칭 ‘갈고닦았다’는 달인이 많아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도 변수 중 하나다.

이날 심사장에 나타난 고교 3학년 박모(18) 군도 그런 경우다. 박 군은 “오목을 5000만 판 정도 뒀는데 200판 빼고 모두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오목 천재’에 도전했다. 하지만 윤신혜(27) 작가, 기자와 한 번씩 둔 결과는 실망스러운 1 대 1 무승부.

‘탈락 확정’을 앞둔 그는 “부모님이 집을 나가셔서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서 동생들과 지낸다”며 “유명해져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이라고 출연 이유를 댔다. 그 사연이 안타까운 나머지 윤 작가가 노래를 불러 보라고 권했다. 결과는 수준급. 가창력이 뛰어나고 레퍼토리가 ‘인간 MP3’ 수준이다. 제작진은 박 군의 출연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수족관 대리점에서 일하는 고졸 학력의 김태희(35) 씨는 심사장 한쪽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고 있었다. 성악을 배운 적 없다는 김 씨의 노래는 매혹적이었다. 국립합창단의 한 단원이 교회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파바로티처럼 ‘파사지오’(고음에서 가성을 진성처럼 내는 것)를 구사한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김미정(33) 작가는 “평범한 사람에서 팝페라 가수로 떠오른 영국 폴 포츠의 한국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예선에서도 꿈을 안고 온 지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혜진(38) PD는 “평소에는 잘하던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는 못할 때가 아쉽다”며 “‘스타킹’을 통해 숨겨진 재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꿈을 이룰 무대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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