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페르시아 특별 강좌]<8>페르시아의 음악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바이올린도 피아노도 조상은 페르시아

태평소 등 우리 전통악기도

인도 - 중국 거쳐 전파된 것

“1990년대 페르시아 음악을 연구하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떠받들어 마지않는 유럽 음악의 뿌리가 페르시아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모두 조상이 페르시아 악기입니다. 그런데도 서양 음악계는 이를 감추고 있어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연계 ‘페르시아 토요 강좌’. 이날 강사로 나선 전인평 중앙대 국악과 교수는 페르시아 음악이 “한국 중국 인도 유럽 등 전 세계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비파를 예로 들었다. 비파는 삼국시대 때 한반도에 전해져 1930년대까지 연주되다가 전통이 끊겼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지금도 연주되는 악기. 전 교수는 “비파의 조상이 페르시아 현악기 바르바트”라고 말했다. 바르바트는 서양배(pear) 모양을 닮아 아래가 통통하고 위쪽이 잘록한 4줄짜리 악기다.

“페르시아 왕실에서 연주된 고급 악기입니다. 페르시아를 포함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바르바트 연주 실력이 뛰어난 왕실 궁녀가 신분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바르바트가 중국에 전해져 비파가 된 뒤 당나라 황제 현종(685∼762)의 비(妃) 양귀비(719∼756)도 비파 연주 솜씨가 뛰어나 총애를 받았어요.”

비파 역시 페르시아의 다른 문화처럼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 중국을 거쳐 멀고 먼 한반도, 일본에까지 전파된 것이다. 신라의 범종에 새겨진 비천상에 비파 연주 장면이 나온다.

페르시아의 다른 전통 악기 가운데도 우리 전통 악기의 원형이 많다. 산투르는 양금의 원형. 사다리 모양의 몸통을 지닌 현악기다. 몸통 위에 두 개의 줄 받침대가 있고 이 위에 쇠줄을 얹었다. 연주자는 가느다란 나무채를 양손에 들고 줄을 쳐 소리를 낸다. 산투르는 유럽에도 전해져 피아노로 발전했다.

수르나는 태평소와 오보에의 조상이다. 35cm 길이의 원추형 몸통 관악기로, 끝부분은 태평소처럼 깔때기 모양으로 생겼다. 카만제는 해금처럼 활로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페르시아의 대표적 7현 악기. 유럽에 건너가 바이올린이 됐다. 네이는 단소처럼 세로로 잡고 부는 관악기다. 몸통 앞에 구멍 6개, 뒤에 구멍 1개가 있다.

바르바트와 비슷한 형태의 페르시아 현악기인 우드는 16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악기 류트로 발전됐다. 전 교수는 “한국의 음악 연구는 유럽에 경도돼 있다”며 “음악의 뿌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페르시아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르시아 고대 문명과 역사, 미술 등 5가지 주제로 열리는 ‘페르시아 토요 강좌’는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에 만날 수 있다. 02-2077-9358

전시는 8월 31일까지.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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