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고급저택 예식장서 영화처럼 결혼식을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개성파의 선택 하우스웨딩

《유명 연예인의 결혼식이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우스 웨딩이 대중화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우스 웨딩은 소수 상류층의 결혼문화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생 최대의 이벤트를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한 젊은 커플들이 선호하는 결혼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하우스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예식장도 늘어나고 있다. 2006년 4월 더베일리 하우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처음 문 연 후 ‘아트 브라이덜’ ‘웨딩&라이프 컴퍼니 더블유’ 등이 잇따라 생겼다. 더베일리하우스를 운영하는 ㈜마리진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게스트하우스와 대형 채플 예식장, 두 개의 가든을 갖춘 ‘빌라드베일리’를 7월 오픈한다.》

‘만차’ 간판이 붙은 주차장을 빠져 나와 간신히 골목길에 주차하니 예식시간은 이미 10분이나 지났다. 헐레벌떡 뛰어 예식장에 도착해 결혼하는 친구 이름을 찾는다. 친구 결혼식 하객과 30분 전 치러진 예식의 하객들 사이에서 간신히 친구의 이름을 발견한다. 축의금을 전달하고 식권을 받는다. 주례사를 10분 정도 듣고 피로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떨어진 음식이 절반이 넘는다.

인하대 의대 동기로 만나 4년간의 연애 끝에 17일 결혼에 골인한 등건태(29), 허다희(28) 커플은 이런 결혼만은 피하고 싶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하객들이 술을 가볍게 마시며 함께 웃고 즐기면서 결혼을 축하할 수 없을까. 고민 끝에 선택한 게 ‘하우스웨딩’이었다. 하우스웨딩은 말 그대로 집(하우스)에서 올리는 예식(웨딩)이다. 고급 저택 같은 독립 공간에서 치르는 결혼식이다.

저택처럼 정원이 딸려 있고, 연회장과 응접실, 예식홀이 있는 건물을 통째로 사용할 수 있어 호텔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식 당일. 여느 집 현관처럼 두 사람의 사진이 벽에 걸린 예식장 입구를 지나 교향악음악이 흐르는 응접실에서 커피를 마신 하객들. 실내 계단을 따라 예식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간다. 결혼식은 바로크 건축양식에 따라 나무로 만들어진 높은 천장과 하얀색 꽃길이 깔린 예식장에서 진행된다. 예식을 끝까지 지켜본 하객들은 다시 1층 연회장으로 내려온다. 연회장에는 친한 사람들과 함께 앉을 수 있도록 자리가 미리 지정돼 있다. 라이브 재즈 연주를 배경으로 식사와 와인을 즐기는 가운데 신랑 신부 친구들과 양가 어른들의 축사가 이어진다.

신랑 신부 친구가 준비해 온 퀴즈를 풀며 속속 나오는 신랑 신부의 연애스토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저녁 늦게까지 여유 있게 예식을 즐긴 하객들은 신랑 신부의 배웅을 받으며 예식장을 나선다.

○“가까운 분들만 초청, 화기애애한 분위기”

하우스웨딩은 본예식과 피로연, 애프터파티로 구성된다. 1시간도 안 돼 끝나는 보통 예식과 달리 3∼4시간 여유롭게 진행된다. 본식은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피로연과 애프터파티는 신랑 신부의 개성에 따라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에 예식하는 커플들은 전문 DJ나, 마술 엔터테이너, 칵테일 바텐더를 초청해 가까운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한다. 피로연장에 아끼는 강아지와 함께 입장하거나 모든 인테리어를 오렌지색으로 통일하는 등 파격적인 이벤트도 가능하다.

하우스웨딩의 가장 큰 장점은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을 초청해 친밀한 분위기 속에 예식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전문 하우스웨딩홀은 예식이 진행되는 채플과 응접실, 정원 등 공간 전체를 내 집처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예식의 하객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진행되는 일반예식장과 달리 하객들을 정성스레 모실 수 있다. 하지만 예식장 규모가 크지 않아 하객이 500명 이상일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신랑 등 씨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해 섭섭했지만 가까운 분들만 초대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며 “하객들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했기 때문에 하객들도 결혼식 진행에 적극 동참한다. 친구들이 들러리를 서거나 피로연에서 양가 아버지와 친구들이 축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로 참석한 유지윤(30) 씨는 “드레스 맞춤부터 스튜디오 촬영, 예행연습, 축사 준비까지 결혼 준비로 바빴지만 친구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함께 준비한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말했다.

○특급호텔 보다 싸고 일반 웨딩홀보다 비싸

식사는 4만 원 선부터 시작한다. 특급호텔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 웨딩홀보다는 비싸다.

대관료가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저녁 애프터파티를 진행할 경우 원하는 시간까지 식장과 정원, 응접실 등 공간 전체를 대여할 수 있다.

㈜마리진의 이재상 대표는 “하우스웨딩은 본식과 피로연이 엄격하게 구분돼서 진행된다”며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본식은 경건하게 하고 참석한 하객들과는 흥겨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영화로 보는 결혼식 스타일

‘대부’처럼 화려하게 하고 싶다면

정원피로연-브라스밴드 준비를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하우스웨딩을 하고 싶지만 생소하다.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영화 속에 답이 있다.

○ 화려-대담 ‘대부’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 보스 말런 브랜도는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으로 600명이 넘는 가족과 부하를 초대해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다. 그리고 야외에서 피로연을 하다가 악사들의 ‘Speak softly’ 연주에 맞춰 하객들 앞에서 막내딸과 함께 멋지게 춤을 춘다. 영화 속 ‘대부’의 결혼식이 인상적이라면 ‘정원 피로연’을 해볼 만하다. 정원에서 브라스밴드의 연주와 스탠딩으로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을 준비한다면 영화 속 대부와 같은 화려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말런 브랜도의 멋진 춤이 없더라도 흥겨운 라이브 연주를 통해 하객들의 흥을 돋울 수 있다.

○ 경건-로맨틱 ‘러브 액츄얼리’

10m에 이르는 높은 천장, 클래식한 파이프 오르간, 세련된 목재 구조물과 은은한 조명 속에 울려 퍼지는 친구들의 합창과 깜짝 이벤트가 신부를 감동시킨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나오는 경건하면서도 로맨틱한 결혼식을 꿈꿨다면 ‘채플식’으로 해보자. 채플식 결혼이란 서양의 작은 교회를 연상하는 목재 구조물과 백색의 생화로 장식된 공간에서 성혼선언문을 신랑 신부가 직접 낭독하고 신랑 신부의 퇴장 때 하객들이 모두 기립하는 등 좀 더 엄격하고 경건한 형태의 결혼식을 말한다.

○ 하객이 즐거운 ‘Mr. 히치’

4인조 악단의 경쾌한 음악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윌 스미스가 결혼식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춤을 추자 하객들도 그와 함께 어우러져 한바탕 신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영화 ‘Mr. 히치’처럼 모든 하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실력 있는 피로연 사회자와 신랑 신부의 정성을 담은 경품을 준비해야 한다. 신랑 신부의 만남과 성장 과정에 대한 퀴즈를 진행하면 하객들이 한데 어울리기 좋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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