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이야기를 만들어봐… 온 세상이 축제야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0분


◇ 우화 작가가 된 구니 버드/로이스 로리 지음·이어진 이금이 옮김/152쪽·8800원·보물창고

구니 버드는 이상한 아이다. 날마다 눈길을 끄는 복장. 손가락 없는 장갑을 끼기도 하고, 잠옷 같은 구깃구깃한 원피스를 입기도 한다. ‘말괄량이 삐삐’마냥.

버드가 눈길을 사로잡는 건 그뿐이 아니다. 그가 얘기하면 모두들 주목한다. 심지어 선생님마저도.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듣고 교훈이 뭔지 배우던 피존 선생님 수업. 갑작스러운 버드의 제안에 반 아이들은 창작 우화를 지어오기로 했다.

일주일 후, 우화 발표 시간. 아이들은 자기 이름 첫 자와 이니셜이 같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를 발표한다. 게이코는 엄마와 헤어진 ‘캥거루(kangaroo)’, 펠리시아는 한 다리로 선 ‘홍학(Flamingo)’, 배리는 초원을 달리는 ‘들소(Bison)’…. 그런데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던 니컬러스가 갑자기 점심시간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우화 작가가 된…’은 미국 아동문학가인 저자가 귀여운 소녀 버드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시리즈. 지난해 출간된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의 다음 이야기다. 차림새도, 행동거지도 이상하지만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버드의 학교 생활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삐삐를 떠올리게 하는 주근깨 소녀지만 버드의 무기는 마법이 아니다. 그의 진짜 매력은 ‘이야기’다. 평범한 일상도 즐거운 축제로 만드는 이야기 재주.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 능력은 ‘남의 이야기 잘 들어주기’다.

이 책의 매력도 바로 거기에 있다. 각양각색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 개구쟁이에 어른스러운 아이도 있지만 깍쟁이에 수줍은 아이도 함께하는 곳이 학교다. 괴상한 버드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 누구 하나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버드만이 아니라 주위 모두를 소중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버드의 축제에선 담임교사도 교장 선생님도 똑같이 참여하는 ‘일원’일 뿐이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만 익숙하다. 하지만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게 더 소중한 것 아닐까. 아이들의 우화, 어느새 그 교훈은 어른들에게 더 성큼 다가온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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