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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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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1026점도 전시
눈 돌리는 곳 어디에나 빈 구석이 없다. 벽에도 천장에도 계단에도 작품들이 제각각 목소리 높여 아우성을 친다. 미술품 창고처럼 어수선한데, 장터처럼 정겹고 생동감이 넘쳐 난다.
실내공간은 물론 외벽부터 주차장, 로비까지 건물 전체를 거대한 작품처럼 꾸며 놓은 이곳은 바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 설치미술에서 디자인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작가 최정화가 총괄 기획을 맡은 ‘춘계예술대전’의 현장이다. 유승희 부관장은 “인간의 예술에 대한 욕망,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는 전시로 예술적 소통을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미술관은 2월 말 제1회 인터내셔널 영 아티스트 춘계예술대전을 실시했다. 이 공모전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신진과 기성작가 구별 없이, 학력 경력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4세부터 67세까지 377명이 응모했고 이 중 우수작 5명과 특별상 1명이 뽑혔다.
전시의 색다른 점은 이들 입선작을 모아 놓은 살롱전과 별도로 낙선작 1026점까지 미술관 안에 빽빽이 전시했다는 것. ‘탈(脫)집중적 디스플레이’를 지향해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힘들다. 천장이나 구석에 붙여 놓은 작품을 보려면 망원경이나 손전등을 이용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낙서에 가까운 작품부터 입시용 작품, 모방작까지 이질적 작가들의 이질적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에너지와 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더불어 천정원 유쥬쥬 등 작가 10여 명을 초청해 그들의 다양한 설치작품을 미술관 안팎에서 보여 준다. 한마디로 살롱전 낙선전 기획전을 겹쳐 놓은 비빔밥 같은 성격의 전시다.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는 “예술은 태생적으로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란 사실을 이번 전시가 흔치않은 낙선작 공동전시를 통해 생생히 보여 준다”고 평했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관람료 어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02-547-91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