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가도 명반은 돌고 돈다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 최근 3번째 재발매

어떤날 앨범 등 리마스터링 스테디 셀러로

꾸준히, 아직도 팔린다. 신곡의 생명이 온라인에선 1주일, 오프라인에서는 두 달이면 끝나는 요즘 가요계. 한 앨범의 생명이 판가름 나는 주기는 짧아진 반면, 여전히 듣고 싶은 명반들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그때 그 앨범’ 그대로 재발매돼 팔리는 ‘스테디셀러’들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명반으로 꼽히는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는 2003년 재발매된 뒤 3월 초 세 번째 발매됐다. 재발매 이후 지난해까지 총 6000여 장이 팔렸다. 이번 음반은 초판 앨범을 프로듀싱한 이즈미 와다가 일본 오키나와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링했다. 현재 신촌의 향뮤직, 홍익대 부근의 퍼플레코드, 미화당 등 음반 매장 3곳에서 판매 중이다. 향뮤직의 권중일 팀장은 “한 달 만에 80여 장이 나가 매장 내 웬만한 새 앨범보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앨범 유통사와 음반 제작사가 밝힌 ‘스테디셀러’에는 조동익과 이병우의 ‘어떤 날’ 1집, 이승열과 방준석이 결성한 ‘유앤미블루’의 1집 ‘낫싱스 굿 이너프’, 김광석 ‘다시 부르기’, 토이의 5집 라이브 앨범 등 주로 19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뮤지션들의 앨범이 대부분이다. 정태춘 박은옥, 따로 또 같이, 4월과 5월, 김두수, 다섯손가락 등 1970, 80년대 포크 뮤지션들의 앨범도 꾸준히 복각돼 팔리고 있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스테디셀러’가 음반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 하지만 ‘스테디셀러’는 가요계에 ‘작지만 큰’ 자극을 주고 있다. 한 음반 제작자는 “스테디셀러 덕분에 뮤지션들은 팬들이 오랫동안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5만 장 팔리면 ‘대박 앨범’이 되는 시대, MP3로 나오는 최신 음악이 아닌 흘러간 옛 CD를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앨범 판매자들은 주요 소비층이 30대라고 말한다. 30대는 1980, 90년대 대중음악시장 황금기를 경험한 까닭에 옛 음악에 대한 향수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는 것.

음반제작사인 뮤직 리서치 곽근주 대표는 “음악은 시대가 갈수록 꼭 좋아진다고 할 수 없고 다양성과 깊이에서 퇴보할 수도 있다”며 “과거 순수하고 조미료를 치지 않은 음악을 그리워하는 세대가 여전히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요즘 가요 시장에 염증을 느끼는 20대도 예전 음반을 찾고 있다. 회사원 조지영(26) 씨는 “타이틀곡만 띄우고 보자는 식의 ‘반짝’ 음악보다 음반 자체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는 소비자층도 두껍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김동률 토이 등 19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최근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며 당시 가요들이 재조명되는 분위기 덕도 크다.

가슴네트워크 박준흠 대표는 “시장은 작지만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존재한다는 것은 잘 만든 음악은 빅 히트는 아니라도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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