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젠 남해안,교향악이 넘실댄다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21일부터 2008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된다. 올해 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시크릿 오브 아시아’ 팀의 공연 모습. 사진 제공 통영국제음악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21일부터 2008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된다. 올해 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시크릿 오브 아시아’ 팀의 공연 모습. 사진 제공 통영국제음악제
《동백꽃과 매화꽃, 산수유, 유채꽃…. 남해안의 잔잔한 바닷가와 산골짜기엔 ‘봄의 왈츠’가 한창이다. 세계적 작곡가인 윤이상(1917∼1995)의 고향 경남 통영에도 갯바람에 봄내음이 진동한다. 21일부터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를 시작으로 한국의 공연계도 본격적인 봄 기지개를 켠다. 스위스 루체른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이 아름다운 남해안은 한국 공연장 지도를 바꾸고 있는 신천지이다.》

○ 떠오르는 남해안 벨트

“남해 바다에서 보면 통영과 여수가 여기서 저기입니다. 여수국제엑스포를 구경하러 오신 해외 관광객들이 전시만 보고 가겠습니까. 통영에서 수준 높은 음악 공연도 들으러 오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홍구(전 국무총리)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여수와 통영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김재철 여수국제엑스포 추진위원장이 통영국제음악제 이사로 합류하기도 했다. 통영에는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윤이상 음악홀’ 신축이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용지 매입이 완료된 상태다. 음악홀의 설계에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 씨가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부산 간 KTX가 개통된 이후 김해문화의전당, 창원 성산아트홀 등은 수도권 주민들에게도 먼 곳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 공단을 배후도시로 하고 있는 포항, 울산, 김해, 창원, 거제, 광양, 목포 등에는 최신식 극장이 잇따라 들어섰다. 5월에는 마산에 1100석 규모의 ‘3·15문화센터’가 개관할 예정이다.

특히 2003년 개관한 거제문화예술회관은 남해 바다를 향해 순풍에 돛을 달고 출항하는 배의 모습처럼 지어져 국내 공연장 중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장승포항에 자리 잡고 있어 부산에서 50분간 배를 타고 오는 관객도 많다. 첼리스트 정명화 씨는 “공연장과 바닷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거제도에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지방 시장의 잠재력은 무한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경우 일본은 전국을 돌며 10∼15회 공연하는 데 비해 한국은 1, 2회 이상 객석을 채우기 힘들었다. 그러나 21일 내한하는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통영, 구미, 김해, 서울, 대전 등 전국 5개 도시 순회공연을 펼친다.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도 현재 12∼13개 도시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0년대 말까지 105개였던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이 155개로 크게 늘어나 지방의 공연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방공연장이 성장하는 데는 기업의 역할도 크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2003년 개관)는 제일모직이 1996년 구미로 이전하면서 공장터에 지어 대구시에 기부했다. 포스코는 포항에 효자아트홀, 광양에 백운아트홀을 지어 지역주민들을 위해 연간 40회 이상의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주요 관객도 주민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직원 가족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은 50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공연 티켓을 1달러에 제공하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1998년 개관한 울산 현대예술관은 ‘가장 기획력이 좋은 지방 공연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중공업이 지은 이 공연장은 ‘전석 초대’로 운영하는 포스코 아트홀과 달리 초대권이 한 장도 없다. 서울 공연의 60% 수준인 티켓 가격에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객석점유율이 85%를 웃돌 정도로 지역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호남에도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과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등 최신 공연장이 들어섰고, 광주에는 아시아문화의 전당 건립이 추진 중이다. 대전(클래식), 대구(뮤지컬)와 달리 호남의 공연장들은 전통예술공연이 중심이다.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이창주 대표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공연시장은 일본의 한두 개 도시 규모로 취급돼 왔지만 지금은 국제적인 시각이 달라졌다”며 “우리 공연계의 미래는 지방 공연장의 무한한 잠재력 개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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