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을 걷어내고 문학의 순정 건지다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정과리 교수 9년만에 시-소설 평론집

‘평론가 정과리’의 이름은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조명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다. 철학과 정신분석학, 문화사를 넘나드는 글로 인해 ‘작품보다 난해한 비평’이라는 얘기도 듣지만, 그것은 재기 넘치는 문사로서 그가 차지하는 자리를 단적으로 일러 주는 평이기도 하다.

정과리(50·사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평론집 ‘네안데르탈인의 귀환’과 ‘네안데르탈인의 귀향’을 출간했다. ‘네안데르탈인의 귀환’은 소설평, ‘네안데르탈인의 귀향’은 시평 모음이다. 작품론만을 모은 비평집으론 1999년 ‘무덤 속의 마젤란’ 이후 9년 만이다.

제목의 ‘네안데르탈인’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저자 자신이 평론집 두 권의 제사(題詞)와 서문에서 밝혔거니와, 네안데르탈인은 “정교한 인공물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의상과 장신구를 고르는 행동은 할 줄 몰랐다.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사회관계를 매개하는 인공물을 만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스티브 미튼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중에서) 정 씨가 주목하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가공할 줄 모르는 순수함이다. 작품에 장식처럼 덧입힌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벗겨내고 순정한 문학적 의미를 찾아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이면서, 정 씨는 이 비평 작업을 네안데르탈인에 빗댄다.

‘네안데르탈인의 귀환’에서는 이청준 복거일 윤흥길 이인성 성석제 백민석 등 소설가들의 문제작을, ‘네안데르탈인의 귀향’에서는 황동규 정현종 오규원 고은 박이문 등의 시 세계를 탐색한다. 정 교수 특유의 유려한 문장과 감상에 치우치지 않는 정밀한 분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공감과 교감의 비평을 되살리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처럼, 비평 한 줄 한 줄에는 작품에 대한 깊고 진한 애정이 담겨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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