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500년만에 루터 복권 추진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7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사진)의 복권을 추진 중이라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올여름 40명의 가톨릭 신학자와 연례 세미나를 열고 루터의 활동 및 주장에 대해 토론한 뒤 9월 ‘루터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신문은 바티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교황이 ‘루터는 이단자가 아니며, 그가 펼친 종교개혁 운동의 목적은 기독교를 분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 있었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출신의 종교개혁 운동가인 루터는 가톨릭교회에 대해 “기독교의 핵심 진리에는 눈을 감은 채 세속의 권력과 부, 부정부패에 물들어 있다”고 질타했다가 1521년 1월 교황 레오 10세에 의해 이단자로 몰려 파문당했다.

교황청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루터의 복권과 관련한 교황의 움직임은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베네딕토 16세가 루터 복권을 추진하는 것은 다음 달 취임 3주년을 앞두고 ‘극단적인 보수 강경파’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황청이 1633년 이단 재판에 회부했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동상을 바티칸에 세우기로 최근 결정했고, 올해 11월 이슬람교 지도자들과 회동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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