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주저앉거나 사막을 건너거나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 서유미씨, 문학수첩작가상-창비장편소설상 동시수상

▶ 수상작 33살 남녀이야기 ‘쿨하게 한걸음’ 펴내

▶ 한국사회서 ‘30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쿨한 소감

서유미(33·사진) 씨는 단숨에 문단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문학수첩작가상과 창비장편소설상을 동시에 받으면서 스타가 됐다.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인 ‘쿨하게 한걸음’(창비)이 출간됐다. 그의 나이와 같은 서른세 살 남녀의 이야기다. 소설의 그들은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사회인이 아니라 ‘하나를 잡기 위해 하나를 놓기가, 심리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다. 6일 서 씨를 만나 소설의 내용을 토대로 ‘30대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른세 살을 코앞에 둔 이별이란 서른세 가지 정도의 망설임과 걱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3년쯤 만난 남자친구이니 늦어도 서른두 살의 크리스마스엔 프러포즈를 받아야 했다. 소설에서 연수는 대신 이별을 선언한다. 서른셋 목전에 남자친구를 차버리다니, 대책 없는 것 아닐까?

“20대는 상황이 꼬이면 부모 때문에, 학교 때문에 하는 식으로 핑계를 댈 수 있지만, 30대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 나이예요. 그건,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날개를 펼 수 있기도 하지만, 거꾸로 그래서 두려운 나이이기도 한 거죠. 현실과 꿈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방황할 수 있는’ 때라는…. 결국 연수는 마지막으로, 꿈에 도전하기로 한 거죠(연수는 소망했던 영화평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모 준비에 나선다).

서른 살 정도면 인생의 모든 것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일찌감치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 두 아이를 낳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는 연재. 착실하게 대기업을 다니다가 성실한 사람과의 결혼을 선택한 선영. 20대였을 적 믿음대로 그들의 인생은 안정적인 듯하다. 그들은 행복할까?

“연재는 가까이도 안 했던 시집을 읽으면서 싱숭생숭해 하지만 가정에서 떠나질 못해요. 선영도 ‘모범적인’ 선택을 하지만 분방한 시절을 거치고 난 뒤지요. 현실을 택한 것이겠지만, 30대다운 모습이기도 하지요. 이룬 것 없어 분하기도 하겠지만, 현실에 몸 맞추기를 배우는 게 나이 드는 것임을 알게 되는 때.”

서른셋은 바람과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키를 넘기는 태풍 속일 뿐이다.

그래서 동남은 재취업이라는 파도를 타기로 하지만, 결과는 절망이다. 연애도 취직도 못하고, 부모에게는 골칫거리고, 뭣 하나 자랑할 게 없는 이 남자는, 그야말로 철이 덜 든 것 아닌가?

“실패한 30대의 전형일 테죠. 30대의 동남이 안에 있는 것은 20대라고 할까요. 여물지 못한 모습인데, 저는 꼭 이런 모습을 그려 넣고 싶었어요. ‘죽는 것도 어려운’, 그래서 비극적인 30대의 모습을요.”

서 씨는 소설가의 꿈을 접을까 하는 생각이 절정에 올랐던 서른둘의 여름을 지난 뒤 그 꿈을 이뤘다. 그는 “앞으로 더욱 험난한 사막이라는 걸 안다”고 했다. “사막을 지날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겠다”고 하더니 “목이 잘 타지 않거나 쉽게 지치지 않고 걷는 체질로 바꾸고”라고 덧붙였다. 좋은 작품이라는 무기뿐 아니라 창작의 고통을 견디는 내성을 기르겠다는 현실 감각. 과연 서른셋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촬영 : 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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