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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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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06년 6월. 세계적 희곡 작가 야스미나 레자는 파리 보보광장 인근 내무장관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장관과 마주 앉았다. 사르코지 장관은 강력한 여권 후보였다.
레자는 2007년 5월 대선까지 사르코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사르코지는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당신이 내 명예를 실추시킨다 해도 그로 인해 나는 성장할 겁니다.”
사르코지는 약속대로 레자에게 최측근과의 은밀한 회의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레자는 사르코지의 자동차 안, 비행기 옆자리, 전략회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르코지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상을 스케치했다.
저자가 사르코지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섬세하다는 것이었다. 또 사무실에 있는 초콜릿과 젤리를 끊임없이, 빨리 삼켜대는 사람이었다.
저자의 눈에 비친 사르코지는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얼마나 반품됐는지 매일 따져 보는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의 지위에서 물러나 시골로 가게 된다면 ‘그곳에서라도 왕이 되겠다’고 말하는 야심가였다.
사르코지의 특징은 ‘행동가’라는 점.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행동가라기보다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는 측근들에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곧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책은 사르코지의 장점만 나열한 게 아니다. 저자는 행간에서 사르코지를 교묘하게 꼬집는다. 사르코지가 ‘고독’에 대해 얘기한 철학적 발언을 전하면서 “그의 지성과는 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어디선가 빌려온 문장들”이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저자는 지난해 5월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집무실에 단둘이 앉아 나눈 대화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만족하시나요?”(레자) “당신이 선택한 단어가 그것인가요?”(사르코지)
“나는 행복하시냐고 묻고 싶지 않아요.” “나는 평온합니다.” “평온하다, 그것 좋네요.” “그래요, 나는 마음속 깊이 만족합니다. 하지만 기쁘지는 않아요.”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