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냐 저지냐… 키워드로 보는 2008 한국 바둑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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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내 바둑계의 기상도는 어떻게 그려질까. 이세돌 9단이 계속 ‘맑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9단을 견제할 수 있는 기사로 누가 떠오를까. 2008년 바둑계를 ‘유지’ ‘견제’ ‘부활’ ‘도약’ 등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유지▼

이세돌 9단 작년 6관왕 최고의 해

“올해 응씨배 차지해 1인자 굳힌다”

2007년은 이세돌 9단의 해였다.

지난해 말 GS칼텍스배를 놓친 것만 빼고는 6관왕에 올랐다. 그에게 올해 초는 수확의 계절. 21∼24일 삼성화재배 결승전과 2월 25∼28일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을 둔다. 이 9단이 지난해 기세를 유지한다면 이 중 하나는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이 내심 노리는 것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응씨배.

대회가 생긴 1988년 이래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9단이 차례로 우승했다. 2004년 대회에선 최철한 9단이 창하오 9단에게 패해 중국에 우승컵을 넘겼다. 세계대회에 큰 비중을 두는 이세돌 9단은 응씨배를 명실상부한 1인자의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견제▼

후지쓰배등 3개 타이틀 박영훈 9단

“이세돌에 역전승 GS칼텍스배 재현”

현재 이 9단을 견제할 기사로 떠오른 이는 박영훈 9단. 그는 GS칼텍스배에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이 9단에게 좌절을 안겼다.

그는 1, 2국은 이 9단과 초반부터 드잡이를 하다가 실패했지만 3국부터 ‘선실리 후타개’ 전략으로 우세를 확보한 뒤 형세 만회를 위한 이 9단의 무리수를 응징하며 승리를 낚았다.

역대 전적은 13승 11패로 이 9단이 앞섰으나 작년은 4승 4패.

박 9단은 후지쓰배 우승 등 3관왕으로 이 9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타이틀을 갖고 있다.

1월 열리는 이 9단과의 삼성화재배 결승이 그에게는 기회.

GS칼텍스배의 기적을 재연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부활▼

작년말 KBS 바둑왕전 우승한 이창호

컨디션 회복 조짐 “기다려라 이세돌”

2004년 국수전 우승 등 3관왕에 올라 ‘포스트 이창호’의 기수로 떠올랐던 최철한 9단은 지난해 침체의 늪을 헤맸다. 최 9단의 부진은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한 체력과 집중력 저하 탓. 그래도 지난해 이 9단과의 대결에서 2승 2패로 호각세를 보였다. 중반 수읽기 싸움에서 이 9단과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사다.

이창호 9단도 권토중래를 노린다. 지난해 54승 31패(63.5%)로 입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다만 지난해 12월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부활의 기운을 내비쳤다. 지난해 국수전 등 주요 기전 본선에서 탈락해 예선부터 치러야 하는데, 패기 만만한 10대 후반∼20대 초반 기사를 맞서야 하는 게 부담이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이 다시 상승세를 탄다면 이세돌 9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약▼

한상훈 2단, 신예중 작년 가장 돋보여

14세 첫 챔피언 박정환 2단도 유망주

지난해 돋보인 신예 기사는 한상훈 2단. 그는 2월 25∼28일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친다. 화려하진 않으나 성실하게 바둑에 몰두한다.

한 2단이 ‘돌발 변수’였다면 프로 선배들이 주목하는 신예는 박정환(15) 2단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2007년 엠게임 바둑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해 이창호 9단 이후 18년 만에 14세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06년 12월 프로기사 106명에게 차세대 유망주를 묻는 설문에서 23%로 1위를 차지했다. 프로기사들은 그가 빠른 수읽기와 근성을 갖고 있어 조훈현-이세돌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랜드배 우승자인 강동윤 7단도 ‘도약’의 후보로 거론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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