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08]영화평론 가작 입선소감

  • 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영화에 대한 사랑 이제 당당히 고백

■영화평론 ‘죽은 풍경들의 시간과 죽은 시간들의 풍경’

나는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살아본 적이 없다. 주변에는 나를 극장에 데려가 줄 어른들이 없었고, 그나마 TV의 옛날 영화들을 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 영화광들에게 둘러싸여 소위 어려운 영화들을 보며 영화를 처음 배웠다. 영화 속에서 세상을 배우기보다, 세상 속에서 영화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더랬다. 그래서 영화는 늘 내게 세상보다는 둘째 가는 것이었고, 오락이기엔 너무 어렵고 진지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영화를 즐기고,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통에 영화에 대한 나의 사랑 고백은 더디고 수줍기만 했다.

몇 년째 거주하고 있는 파리 골목 골목의 낡은 극장들을 들락거리며 낡은 할리우드 영화나 모르는 세계 저편에서 온 영화들을 만난다. 이 끊임없는 만남의 과정 속에서 나는 영화가 내게 사유하도록 한 것들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극장 출입이 몇 번 없으셨지만, 영화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 나를 낳아 주시고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먼 곳에서 다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글을 읽어주신 심사위원님, 배움의 어려움과 가치를 일깨워주신 학교 안팎의 여러 선생님들, 파리의 거의 모든 골목과 극장들을 하나하나 알게 해 준 티에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나라

△1973년 서울 출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 미학과 석사 △프랑스 툴루즈 2대학 영화과 DEA △프랑스 파리 1대학 영상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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