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올리기 어느 배우가 경제적이었나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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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지상파 드라마 출연료-시청률 완전정복

《한 시즌에 1000만 원 받고 10골을 넣는 축구선수와 1억 원을 받고 20골을 넣는 선수 중 누가 효율성이 높은 것일까? 스포츠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고비용 저효율’ 배우가 있고 ‘저비용 고효율’ 배우가 있다. 올해 1월부터 12월 10일까지 방영된 지상파 3사 드라마 61편(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 제외) 중 평균 시청률 상위 30위까지를 뽑아 시청률과 주연 배우 출연료의 관계를 분석했다.》

○ ‘태왕사신기’ 배용준 벤츠급… ‘소금인형’ 황수정 경차급

주연 배우 출연료(회당)에 드라마 방영 횟수를 곱한 후 이를 평균 시청률로 나누면 시청률 1%당 스타 비용이 나온다.

분석 결과 시청률 1%당 가장 적은 비용이 든 드라마 주연은 ‘소금인형’(SBS)으로 복귀한 황수정으로 355만 원꼴이었다. 이어 ‘행복한 여자’(KBS2)의 윤정희(391만 원), ‘며느리 전성시대’(KBS2)의 이수경(600만 원), ‘아들 찾아 삼만리’(SBS)의 소유진(615만 원), ‘조강지처클럽’(SBS)의 오현경(743만 원) 순이었다. 특히 이수경, 윤정희는 출연료는 적게 받았지만 이들이 나온 드라마는 2007년 전체 드라마 중 평균 시청률에서 각각 6위, 8위에 올랐다. 방송사로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올린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시청률 1%당 가장 ‘몸값’이 비싼 연기자는 ‘태왕사신기’(MBC)의 배용준(2억2388만 원)이었다. MBC 노보(12월 6일자)에 따르면 ‘태왕사신기 제작비 430억 원 중 배용준에게 지급된 금액이 60억여 원에 달한다’로 나와 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배용준의 편당 몸값은 2억5000만 원인 셈. 배용준을 비롯해 ‘주몽’(MBC)의 송일국(3204만 원), ‘쩐의 전쟁’(SBS)의 박신양(3278만 원), ‘대조영’(KBS)의 최수종(3661만 원) 등이 나온 드라마는 평균시청률 1∼5위를 차지해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은 ‘고비용 고효율’이 됐다.

▼배우도 방송사도 울어버린 ‘저효율’ 주연들▼

○ 2007년은 A급 여배우의 무덤

TV는 물론 영화계에서 고액의 개런티를 받아 온 스타를 캐스팅해 놓고도 시청률 순위 30위 안에도 들지 못해 체면을 구긴 드라마도 부지기수다.

‘푸른 물고기’(SBS)로 9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고소영과 ‘문희’(MBC)로 6년 만에 복귀한 강수연이 대표적 경우다. 고소영의 몸값은 시청률 1%당 6400만 원이었지만 평균 시청률은 7.5%에 그쳤다. 평균 시청률 11.8%를 낸 강수연(7474만 원)도 마찬가지.

‘90일 사랑할 시간’의 김하늘(6153만 원), ‘에어시티’(이상 MBC)의 최지우(5818만 원), ‘사랑에 미치다’(SBS)의 이미연(4615만 원), ‘마녀유희’(SBS)의 한가인(3996만 원) 등도 투입된 비용(개런티)에 비해 5∼10%대 부진한 시청률로 ‘고비용 저효율’을 기록했다. 남자 배우로는 평균 시청률 5%를 기록한 ‘꽃 찾으러 왔단다’(KBS2)의 차태현(9600만 원), 시청률 8.1%의 ‘눈의 여왕’(KBS2)에 출연한 현빈(4938만 원) 등이 있다.

○ 한류 스타들은 해외시장 매출 고려해 산정

국내 드라마(미니시리즈 기준)의 제작비는 회당 평균 1억 원 정도가 든다. 일반적으로 이 중 약 60%가 주연 배우 개런티 및 작가에게 나간다. A급 스타 드라마 편당 출연료는 2000만∼2500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

올해 ‘고비용 저효율’로 나타났다고 해당 배우의 출연료가 바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스타의 몸값이 매년 오르는데다가 스타 시장은 일반 상품과 달리 몸값이 올라도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공급이 늘어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값에 비해 시청률이 지나치게 저조할 경우 주연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 경우 배우 스스로 몸값을 낮추기도 한다.

예외도 있다. 한류 스타들은 국내 시청률보다 일본, 대만 등 해외 시장 판매를 염두에 두고 출연료를 산정한다.

한류 스타가 캐스팅되면 선(先)구매로 자본이 들어오기도 해 배우들은 이를 근거로 높은 출연료를 요구한다. 한류 스타들은 출연료를 더 받고 해외 판권 및 초상권 등을 제작사에 넘기거나 해외 시장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출연료를 일부 낮추는 등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한다.

하지만 방송계 관계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한류 스타는 배용준, 이병헌, 권상우, 소지섭, 이영애, 최지우 등 10명 내외일 뿐인데 내수 시장에서만 통할 주연 배우의 출연료가 2500만 원을 넘는 건 문제”라고 말한다.

KBS 고영탁 드라마1팀장은 “연기자 몸값이 한계점에 왔다”며 “수익이 남아야 하는데, 관련 광고가 다 팔려도 수익이 남질 않는다”고 말했다.

SBS 구본근 드라마국장도 “지나친 비용으로 방송사에서 드라마 축소 편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과당 경쟁으로 외주 제작사들도 적자를 보고 있어 돈이 되는 줄 알고 들어왔던 자본이 빠져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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