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休&宿<7>태국 푸껫 ‘인디고 펄’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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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은 한국인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빛깔이다.

이 쪽빛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인류가 사용해 온 천연 염료 가운데 가장 오랜 빛깔 중 하나로 중국과 일본에서도 귀하게 여겨져 왔다.

그 선명한 푸른 빛깔의 기원은 동남아시아다.

자연에서 그 빛깔을 얻는 방법은 천연 염료 가운데서도 복잡하기로 이름났다.

쪽빛을 가리키는 서양의 단어가 ‘인디고(indigo)’다.

서양에서 인디고는 그 깊고 푸른 빛에서 잉태되는 묘한 분위기 덕분에 곧잘 ‘신비로움’의 대명사로 이용된다.

태국 푸껫 섬의 조용한 해변 나이양 비치에 자리 잡은 고품격 리조트 ‘인디고 펄(Indigo Pearl)’.

인디고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영롱한 진주(Pearl)에 투영시켜 얻어 낸 상상 속의 보석을 연상시킨다.

실제로도 그렇고.》

○ 환경과 자연이 주제인 빌 벤슬리의 건축 작품

푸껫 국제공항에서 택시로 10분. 나이양 비치는 공항에서 아주 가까웠다. 큰 길을 벗어나 비치로 통하는 좁은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택가인데 이런 곳에 리조트가 있을까 싶을 만큼 한적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인디고 펄’을 연상시키는 동그란 쪽빛 유리가 보석처럼 장식된 로비의 열주(列柱), 푸른 빛깔 소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강렬한 빛깔에 현혹된 눈으로 찬찬히 내부를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포스트모던 스타일이다.

로비 건물은 100년 전의 낡은 캔(깡통)공장. 그대로 노출된 천장의 기름때 찌든 서까래가 역사를 말해 줬다. 이는 건축가의 의도된 시도였다. 천장 구조물의 투박한 질감과 인디고 펄 유리장식으로 치장한 화려한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샹들리에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표출된 묘한 분위기를 염두에 둔 연출이다.

웰컴 드링크가 놓인 소파의 탁자. 거기에는 낡은 주물제품 빙수기계가 놓여 있다. 복도에는 주워 모은 고철부품을 용접해 만든 리사이클링 아트 조각도 보였다. 인디고 펄의 모든 소품과 조각은 저마다 개성이 있었다. 탁자도, 스탠드 조명과 샹들리에도, 심지어 재떨이까지도. 모두가 낡은 공장에서 뜯어낸 부품처럼 보이는 잡동사니를 이리저리 모아다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조해 낸 작품이었다.

이런 발상의 주인공, 과연 누굴까. 그 이름을 듣고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빌 벤슬리. 미국 태생으로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세계 최고의 호텔 체인 ‘포시즌스’의 많은 리조트를 설계한 사람이다. 그는 원래 조경 건축가다. 환경과 자연의 조화를 설계의 최우선으로 삼던 그인 만큼 뒤늦게 들어선 건축가의 길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었으리라. 몇 해 전 개관한 태국 코사무이 섬(남중국 해변)의 포시즌스 리조트가 그 실례다.

나무 한 그루 해치지 않고 지어 관심을 모았던 포시즌스 코사무이 리조트. 그 자리에서 자라는 856그루의 코코넛트리는 80채 빌라가 새로 들어선 그 땅에서도 여전히 주인이다. 이런 건축은 쉽지 않다. 건축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17차례나 현지를 찾았다고 한다. 이런 건축가의 손길을 인디고 펄에서 직접 느끼게 되니 그 여행이 어찌 즐겁지 않을까.

인디고 펄은 안다만 해의 해변에 있다. 로비 앞에 야외 풀 정원, 그 앞에 야외연회장 시설(리바)과 잔디밭, 그 앞에 마을과 비치, 바다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정원은 양편의 객실로 감싸인 형국인데 건물(2층)이 코코넛트리의 키를 넘지 않아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을 온통 키 작은 나무로 조경하고 그 사이로 야외 풀을 조성했다.

정원의 빈 공간마다 세워 둔 다양한 철제 조각도 보기 좋다. 이 정원은 양편 객실의 테라스(10m²)에서도 보인다. 테라스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차 마시고 책 읽기에 그만이다.

로비 층 아래(지상 층)에는 온종일 음식과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툭 트인 오픈 레스토랑 ‘틴 마인(TIN MINE)’이 있다. 식당 앞에는 그 이름을 철판으로 조형한 명패가 검은 모래가 담긴 바닥의 콘크리트 좌대 위에 세워져 있다. 틴 마인은 ‘주석광산’이라는 뜻이고 검모래는 광산을 상징한다.

환경과 자연에서 건축과 조경의 영감을 얻어온 벤슬리라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이 땅의 유산이었다. 푸껫은 섬 전체가 한때 주석광산이었다. 그러나 폐광 여파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갱도에서 유출된 오수와 버려진 자재로 폐허처럼 버려졌던 곳. 체류 내내 리조트 곳곳에서 만나는 깡통(캔)과 볼트 너트 등 쇠 조각 이미지의 소품은 이런 역사성을 담은 그의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알루미늄 캔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깡통의 재질은 주석이었다.

○ 독특한 체험, 나만의 휴식

정원이 조망되는 ‘펄 베드(Pearl Beds)’ 객실에 들었다. 침실과 파우더룸(화장실과 샤워부스 욕조까지 망라한 다목적 공간), 테라스 이렇게 세 공간으로 구성된 객실(60m²·약 18평)로 고전스타일의 주물제품 욕조와 표면을 부드럽게 가공한 콘크리트 벽체의 문 없는 샤워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침실은 오각공간으로 구성해 단조로움을 탈피했고 파우더룸의 테이블은 벽에 일자(一字)형 붙박이로 설치해 기능적이고 편리했다. 거기에 초고속인터넷 라인까지 연결되고 TV는 위성채널이었다. 커피머그, 탁상조명, 거울, 샴푸용기 등 소품을 보자. 모두가 철제공예품으로 모두 설계자의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작품이다.

객실에는 초청장이 놓여 있었다. 오후 6시 리바(Rebar) 라운지에서 열리는 칵테일 파티였다. 화요일마다 투숙객을 위해 여는 이벤트다. 석양에 물든 안다만 해의 바다를 배경으로 리바 앞 잔디밭에서 열린 스탠딩 파티. 디너에 앞서 아페리티프(식전주)를 홀짝이며 식욕을 돋우는 선다우너(sun-downer·해넘이 보기를 즐기는 사람)를 위한 호텔 측의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였다.

이날 저녁식사는 ‘블랙 진저’라는 인디고 펄의 태국 전통 레스토랑에서 들었다. 이 전통 가옥의 멋진 레스토랑은 직원의 안내가 없었다면 찾지 못했을 만큼 요리조리 리조트의 숲 속과 연못을 통과하는 긴 오솔길의 끝, 연못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실내는 테이블 위의 촛불에도 불구하고 앞사람의 얼굴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는데 무척이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음식은 매번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큰 접시에 담겨 제공되고 디저트를 포함한 다섯 가지 코스요리는 태국의 수도 방콕의 유명 레스토랑 ‘블루 엘리펀트’에 못지않을 만큼 그 맛이 훌륭했다.

인디고 펄에는 특별한 공간이 몇 개 있는데 ‘컬리너리 클래스’(조리 실습실)와 도서실이 그렇다. 여기에서 조리사로부터 태국 음식 조리방법을 직접 배우고 실습하며 그것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도서실은 벤슬리의 예술적 감성이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된 공간이다. 공간은 리사이클링 아트와 인디고 펄의 색감 이미지가 잘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파와 피트니스센터 역시 모두 정원의 숲에 자리 잡았다. 정적의 공간에서 운동과 명상을 두루 즐긴다. 짐(피트니스센터)의 요가 클래스는 특별하다. 이런 공간에서 명상과 호흡을 하면 그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작은 문으로 나가니 바로 해변의 마을이다. 그리고 흙길을 건너니 그대로 나이양 비치와 바다다. 해변에서는 그물 던져 고기를 잡거나 배를 몰고 바다를 오가는 주민과 늘 마주친다. 그 비치에 인디고 펄 투숙객만을 위한 사설 비치도 있다. 안다만 해의 싱그러운 바람을 언제든 맞을 수 있도록.

푸껫=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인디고 펄 ▽위치=푸껫 섬의 서북부 안다만 해안의 나이양 비치. 푸껫 국제공항에서 택시로 10분, 푸껫 타운(상업 중심지)에서 30분 거리. ▽시설=객실은 펄 베드(83개) 등 6개 타입 277개, 식음료시설 6개, 스파, 피트니스센터, 야외풀 3개(풀바 3개), 어린이 놀이터, 도서관, 다이빙센터 등등. ▽홈페이지=www.indigo-pearl.com

◇패키지 상품=리조트전문여행사인 가야투어(www.kayatour.com)는 인디고 펄 가족 및 허니문 패키지를 판매 중. 예약 및 문의는 1577-1331 ▽가족패키지=‘항공권+인디고 펄 3박(펄 베드 혹은 플랜테이션빌라 객실·조식포함)+피피 섬 호핑 투어(스피드보트 이용)+전통마사지(2시간 전신)+사이먼 쇼 관람+코끼리 트레킹’으로 구성. 인디고 펄에서 점심 및 저녁식사(각 1회·블랙진저), 온 더 락 레스토랑의 시푸드, 퉁카 레스토랑의 태국 전통 요리도 포함. 가격(1인)은 139만 원부터. ▽허니문 패키지=가족패키지에 꽃으로 장식된 객실 내 조식(룸서비스)과 와인을 곁들인 캔들라이트 디너(인디고 펄 레스토랑), 빠똥 비치 나이트투어 등이 추가된다. 가격(1인)은 164만 원부터. 일정연장 및 다른 리조트와 연계 일정, 골프 부킹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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