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귀환…내년초 뮤지컬 ‘나인’으로 4년 만에 무대 복귀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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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간판 배우로 자리 매김한 황정민이 뮤지컬 ‘나인’으로 4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충무로의 간판 배우로 자리 매김한 황정민이 뮤지컬 ‘나인’으로 4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배우 황정민(37)이 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1995년 극단 학전의 단원으로 출발해 ‘아는 사람만 알던’ 뮤지컬 배우에서 ‘누구나 아는’ 영화 스타가 된 후 첫 무대 나들이다.

“그냥 전에 무대에서 열심히 했듯 이번에도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얼굴이 많이 알려졌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있어요. 전과 똑같이 해도 보는 분들의 시선이나 기대가 달라졌으니. ‘그래, 너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도 있고, 예전엔 ‘네가 하든지 말든지’였는데….”(웃음)

‘선택받는’ 처지에서 ‘선택하는’ 위치로 바뀐 그가 고른 작품은 내년 1월 2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나인’. 데이비드 스완이 연출을 맡고 김선영 정선아 등이 출연한다.

“배우와 작품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에 TV에서 우연히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뮤지컬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아주 잠깐 봤는데도 흰 셔츠를 입은 반데라스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죠. 찾아보니 ‘나인’이었는데 그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작품에 이렇게 출연하게 됐잖아요. 작품이 그렇게 제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나인’은 영화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8과 1/2’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2003년 리바이벌 공연에 반데라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초연 및 재공연 모두 여러 분야 토니상을 거머쥐었다.

‘나인’에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라고는 주인공인 영화감독 ‘귀도’뿐. ‘귀도’가 아내, 정부, 영화 프로듀서, 여배우 등 여성 17명과 과거와 현재, 기억과 환상,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겪는 일들이 몽환적 분위기에서 펼쳐진다.

그는 “‘나인’은 배우가 욕먹기 쉬운 작품”이라고 했다. 화려한 볼거리로 무대를 채우는 대신 단출한 무대 위에 올려진 배우들의 연기로 승부를 건다. “아내(뮤지컬 배우 김미혜)는 내용이 좀 심오하고 한국에선 안 통할 작품 같다고 처음엔 말렸어요. 하지만 꼭 하고 싶더라고요. ‘나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반데라스가 뿜어냈던 에너지였던 것 같아요.”

반데라스와 자신의 매력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비슷한 점도 있죠. 둘 다 곱슬머리고요, 음역대도 비슷해요, 그리고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게 연기로 채울 수 있고,(웃음) 음, 제가 나은 건 그 친구는 한국말을 못하니까….”

몇 년 전 영화제 수상 소감으로 ‘차려진 밥상에 얹은 숟가락’론으로 호감을 얻었던 그는 실제로도 진솔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나인’은 노래가 너무 어렵지만 다행히 고음은 없어요. 만약 있었으면 제 음역대에 맞춰 전체적으로 음을 다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 배우들도 다 따라 낮춰야 되니까 민폐거든요.”

내년에 그는 ‘연극열전’으로 연극 무대에도 돌아온다.

“얼마 전 대학로에 갔다가 코미디만 난무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의무적으로라도 앞으로 연극에 자주 출연하고 싶어요. 마흔(살) 전에 햄릿을, 쉰쯤엔 맥베스를, 예순쯤엔 리어왕을 해 보는 게 오랜 꿈입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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