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98>風霜高潔, 水落而石出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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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은 산간의 가을 모습을 특징적으로 묘사했다. 風(풍)은 바람이고 霜(상)은 서리이다. 風霜(풍상)은 여기서는 단순히 바람과 서리를 가리키지만 때로는 세상살이에서 겪는 많은 고생을 비유한다. 高(고)는 높다, 潔(결)은 깨끗하다는 뜻이다. 高潔(고결)은 흔히 성품이 고상하고 순결함을 의미한다.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 바람 역시 높은 데서 부는 듯하고, 가을의 서리는 유난히 깨끗해 보인다.

뒷부분은 산간의 겨울 모습을 특징적으로 묘사했다. 落(락)은 떨어진다는 뜻으로 水落(수락)은 水量(수량)이 줄어들어 水位(수위)가 낮아짐을 의미한다. 落(락)은 衰落(쇠락)이나 沒落(몰락)에서처럼 쇠퇴하거나 황폐해지다의 뜻도 있다. 村落(촌락)처럼 마을이나 거처의 뜻도 있고 落成(낙성)처럼 건물을 준공하다의 뜻도 있다.

落落(낙락)은 뛰어난 모습이나 높고 큰 모습, 또는 고고한 모습을 형용하는 말이다. 落落長松(낙락장송)은 가지가 축축 늘어진 커다란 소나무로서 그 높은 기상과 고고한 모습까지 연상시킨다. 而(이)는 뜻이 없이 앞뒤를 이어준다. 石出(석출)은 물에 잠겼던 바위가 모습을 드러냄을 가리킨다. 오늘날에는 가려졌던 일의 진상이 드러남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水落石出(수락석출)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왔다. 맑은 바람이 나뭇잎을 곱게 물들이고 지나가면 차가운 바람이 얼음 위를 스칠 것이다. 강가에는 조약돌이 드러나고 계곡 바닥의 커다란 바위도 숨겼던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화려한 단풍도 좋고 순백의 설경도 좋지만 물 빠진 계곡의 모습도 볼 만하리라. 歐陽修(구양수)의 ‘醉翁亭記(취옹정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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