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튕겨보는 기타 일주일새 서른곡 지었죠”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원대연 기자
원대연 기자
《‘나 이번엔 록을 할까 봐. 기타 치며 노래하는 건 어때?’ 앨범 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처럼 박선주(사진·36)의 5집 ‘드리머(Dreamer)’는 ‘장난처럼’ 시작됐다. 봄비 내리는 2월의 어느 날, 우연히 친구가 기타를 선물했다. 대학 1학년 이후 튕겨 보지 않은 기타 줄을 붙들고 집에 틀어박혔다. 마치 누가 옆에서 노래를 불러 주는 것처럼 악상이 떠올랐고, 그렇게 지은 곡이 일주일 새 무려 30여 곡.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몇 번을 벼리고 벼리니 12곡이 남았다.》

■ 모던록 첫 시도 박선주 5집 ‘드리머’ 발매

8일 만난 그는 기타를 들고 있었다. “얘요? ‘젤로’예요. 사운드가 말랑말랑하고 달아요. 예쁘고 섹시하죠?” 첼로처럼 생겨 ‘젤로’라고 이름 붙인 이 기타는 얼마 전 일본에서 ‘물 건너왔다’. 그는 아직 태그도 떼지 않은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의 특권이라고 할까요.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언제든 앨범을 낼 수 있잖아요. 4집 ‘아포리즘(A4rism)’을 10년 만에 낸 건 그동안 하고 싶은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번엔 할 말이 꽤 많았나 봐요.”

그렇게 만들어진 5집은 소박하고 단출하다. 10년 만에 낸 4집이 발라드부터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화려한 뷔페’였다면 모던 록에 바탕을 둔 5집은 부담 없이 즐기는 브런치 같은 느낌이다.


▲ 동영상 촬영 : 원대연 기자

창법에도 장식을 버렸다. 바이브레이션을 생략하고 책 읽듯 또박또박 부르는 목소리엔 대신 힘이 실렸다. 타이틀곡인 ‘마이 송’은 소녀 로커처럼 몽상에 젖은 듯, ‘밀실’은 건방지고 독하게, ‘햇살이 눈부셔 눈물이 난다’는 김현식 씨의 창법으로, 그는 곡마다 다른 느낌을 살렸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윤도현을 ‘보컬 디렉터’로 모셨다. 시아준수, 김범수 등을 지도한 ‘보컬 트레이너’인 그로서는 의외의 일. 그는 “록이라는 새로운 책을 보려는데 과외선생님이 필요했다”며 “신인 로커로서 경험이 많은 윤도현 씨는 최고의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 일부는 쉽게 만든 노래로 대중과 타협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는 “내가 무슨 서태지인가요? 대중과 타협하게”라고 반문한다. “지금이 가벼운 게 아니라 예전이 너무 무거웠던 거예요. 어차피 전 제 자리에서 평방미터를 넓혀 가는 중인 거죠.”

내년에는 기타를 들고 소극장 공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제대로 장기 공연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해 볼 생각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콘서트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와인 마시면서 콘서트해 볼까?” “게스트로 가수들 말고 직장인들을 불러서 노래시키는 건 어때?” 다음 행보는 자신도 모르는 듯 당분간 그는 ‘그냥 그렇게’ 흘러갈 계획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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