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없이 웃기는 ‘장진 표’ 리얼리티…영화 ‘바르게 살자’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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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작은 도시에 은행 강도가 출몰하자 새로 부임한 서장(손병호)은 모의 강도 훈련을 계획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실적 보고용. 은행 강도를 당하도록 미리 연락을 받은 은행원들이나 경찰들이나 ‘설렁설렁’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단 한 명, ‘강도’ 역을 맡은 순경 정도만(정재영)을 제외하고….

문제는 정도만이 무단으로 좌회전하는 서장의 차를 잡아 딱지를 끊어버릴 정도로 ‘정도(正道)’를 걷는 원칙주의자라는 것. “넌 최선을 다해라. 우리가 잡을 테니”라는 서장의 말에 돌아오는 정도만의 대답, “후회하실 텐데….”

대답은 현실이 된다. 전화와 폐쇄회로(CC)TV를 차단해 버리고 은행문 셔터를 내리고 한밤중까지 인질극을 벌이더니 투입된 경찰특공대까지 전원 포박해 버린다. 상황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서장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이미 9시 뉴스로 전국방송까지 타버린 터….

‘바르게 살자’는 신인 감독 라희찬의 데뷔작이지만, 장진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아 ‘장진’표 코미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물 설정부터 익숙하다. 정직하지만 우직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주위와 우스꽝스러운 갈등을 일으키는 정도만의 캐릭터는 지금껏 장 감독이 ‘간첩 리철진’을 시작으로 ‘거룩한 계보’까지 반복해 등장시킨 인물상의 연장선에 서 있다.

연극적 상황 전개도 여전하다. ‘강도’ 정도만의 인질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찰이지만 실제로 잡을 방법은 많다. 안에 갇힌 세 명의 형사가 달려드는 방법도 있고 인질들이 그냥 나가 버려도 그만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도만이 설정한 순수한 ‘어거지’(예를 들어 인질들이 ‘포박’이라고 써 놓은 목걸이가 걸리자 얌전히 앉아 있는다든가, 가짜 총에 맞고 ‘사망’한다든가)에 순순히 동참한다. 낯선 연기파 조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스토리는 현실성 없이 전개시키는 장 감독 특유의 설정이다.

‘장진’표 영화들에 매료되어 있는 관객이라면 그가 설치한 부조리한 상황 설정에 또 한 번 ‘우하하’ 하고 뒤집어질 듯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테지만, 정황에 논리적 설명이 필요한 관객이라면 ‘저 사람들이 왜 저러지?’라는 의문을 상영 시간 내내 느끼며 극장 밖으로 나올 것 같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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