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개미 7000마리 사다가 김태희 동영상 찍었다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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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닷컴’을 운영하는 김도형 씨. 사진 제공 김도형 씨
‘주인장닷컴’을 운영하는 김도형 씨. 사진 제공 김도형 씨
UCC 스타들의 좋은 작품 찍는 노하우

《#1 도화지에 개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에서 시작해 점차 불어나더니 수천 마리의 개미가 등장했다. 그러자 하나의 형상이 나타났다. 바로 탤런트 김태희다.

#2 재테크 놀이인 ‘블루마블’ 게임판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앉아 있다. 한 사람이 판을 독식한다. “야, 한 대 빨고 가자.” 두 사람이 대문 앞에서 사탕을 빤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다시 들어와 한판 붙는다. 속임수의 현장을 잡았다. “망치 갖고 와라.” 이때 등장하는 건 뿅 망치. 제목은 ‘8세 이상 관람 가능 타짜’다.》

이는 올해 들어 조회수 수만 건을 기록한 발군의 손수제작물(UCC) 동영상 장면들이다. 일반인들도 발랄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동영상을 만들어 스타가 되는 ‘UCC 전성시대’다.

잘 만들어진 UCC는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지고 보는 이가 많기에 기업의 마케팅 대상이기도 하다. UCC 공모전을 잘 활용하면 상금으로 짭짤한 용돈을 벌 수 있고 때로 일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로 찍었다고 다 UCC가 되는 건 아니다. 2∼5분짜리 짧은 동영상 안에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가 녹아 있고 시선을 끌 만한 재미가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UCC 스타들에게서 ‘좋은 UCC 동영상 찍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촬영 : 박영대 기자


촬영 : 박영대 기자

○ UCC=돈

이시몬(25) 씨는 경북대 심리학과 4학년생. 그는 졸업하기 전 연예기획사에 영상제작 업무를 위해 스카우트됐고, 현재는 출판사에서 온라인 광고를 맡고 있다. 재미삼아 인터넷에 올린 UCC 덕분에 영상 제작 전문직을 갖게 됐다.

“지난해 9월 친구가 피아노로 ‘재즈버전 젓가락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찍어 제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1800명이 보고 1410명이나 스크랩 해갔어요. 원래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데 흥미가 있었는데 UCC 제작에 취미를 갖게 됐죠.”

이 씨는 30여 편의 UCC를 제작했고, 이 가운데 10편가량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루트’ ‘인테그랄(∫)’ ‘행렬’ 등 수학기호와 공식을 무술화한 ‘극진공통수학’을 연마해 맞선다는 내용의 ‘초대작! 바람의 파이터 2006’이 대표적. 흑백 화면이 나오다 친구에게 맞거나 극진공통수학 책을 입수하는 등 결정적인 장면은 컬러로 바뀌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 헬드’ 기법도 이용됐다. 이 씨는 평소 눈여겨본 영화촬영의 기술을 편집에 활용했다.

이 씨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UCC 공모전을 열 때 응모해 당선되면 30만∼40만 원씩 벌어 용돈으로 썼다”며 “취미가 직업으로 연결돼 기쁘다”고 말했다.

인터넷 홈쇼핑 ‘주인장닷컴’을 연 김도형(32) 씨는 상업적 목적으로 UCC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현재는 훨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05년 8월 한 사람이 상품을 소개하고 동영상을 제작하며 물건을 파는 ‘1인 온라인 홈쇼핑’을 열었다. 이때는 UCC라는 용어가 정립되기 전. 김 씨는 UCC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까만색 뿔테 안경, ‘카이저 콧수염’의 쇼 호스트 김 씨가 소개하는 상품 설명은 큰 인기를 끌었다. 대본도 없는 실수투성이 동영상이었지만 실수 자체가 웃음을 유발해 상품을 파는 코드가 됐다.

주인장닷컴이 2005년에만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올리자 김 씨는 지난해 4월 전국의 청년 실업자를 모아 놓고 자장면 파티인 ‘백수 백조 파티’를 열고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당시 모임의 ‘드레스 코드’는 트레이닝복, 자격은 통장잔액이 1만 원 미만인 자였다. 생중계를 지켜본 사람은 10만 명.

이후 인터넷 생방송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 나우콤의 후원을 받아 독일 월드컵이 열리는 현장을 누비며 현지 생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기업들을 다니며 UCC 제작법을 강의하기도 한다.

○ 아이디어+공부=노하우

‘김태희 개미 동영상’을 제작한 ‘노바디 노즈(NOBODY KNOWS)’ 팀은 사실 전문가 그룹이다. 광고대행사 직원인 이석(32), 김옥형(28) 씨가 UCC 제작 전담팀을 만들었고 영상제작 프리랜서인 차정훈(32) 김동립(31) 최승민(27) 씨와 함께 일한다.

이들은 최근 ‘사람이 빨리 움직이면 전분을 첨가한 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물 위에서 춤추는 비보이’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 동영상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여는 ‘생활과학 UCC 공모전’ 홍보 동영상으로 활용된다.

이석 씨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동영상 제작 노하우를 설명했다.

김태희 동영상을 찍을 때는 처음에 밥상에 올라온 개미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개미를 여러 군데서 채집하려다 보니 군집생활을 하는 개미끼리 파벌이 나뉘어 싸웠다. 시행착오를 통해 지방에서 개미를 키우는 전문업자에게서 마리당 100원에 7000마리를 사왔다.

또 개미를 유인하기 위해 꿀, 설탕, 물엿, 새우 등을 써본 뒤 최종적으로 우유에 설탕을 넣어 만든 연유를 선택했다.

이번에 물 위에서 춤추는 비보이를 준비하면서 노바디 노즈팀은 과학잡지와 논문들을 섭렵했다.

이 씨는 “당연한 것은 배제하라”는 조언도 했다. 예를 들어 비보이가 춤을 추는 건 당연하다. 이 모습을 그냥 담아 올리지 말고 비보이에게 물 위에서 춤을 추게 해 눈길을 끌게 하라는 것. 기획단계에서 누가 볼 것인지 목표를 먼저 정하고 스토리를 탄탄히 준비하라는 게 이 씨의 충고다.

이시몬 씨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표현방식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UCC라고 무조건 동영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것. 만화나 그림에 소질이 있으면 이를 활용해 독특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김도형 씨는 무조건 웃기려 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일관하지 말고 감동적인 내용을 넣으라고 충고했다. 조회수가 높은 것보다 긍정적인 댓글이 많은 작품이 오래 간다는 말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최근 열리는 UCC 공모전 어떤게 있나
누가언제공모전 주제특혜와 상품
한국과학문화재단
(www.ksf.or.kr)
10.30까지전 국민 생활과학 경진대회총상금 1500만 원, 과학기술부 장관상
한국소비자원
(www.kca.go.kr)
10.22∼11.102007 소비자교육콘텐츠 공모전상장과 총 1000만 원의 상금
한국에너지재단
(www.energylove.or.kr)
10.21까지에지중지(에너지를 소중하게 지키자) 캠페인총 500만 원의 상금과 노트북 등
삼양식품
(www.samyangfood.co.kr)
11.9까지라면 맛나게 먹는 비법인 ‘맛있는 UCC 콘테스트’캐논 디지털 카메라, 전자사전, 닌텐도게임기 등
베이직하우스
(www.basichouse.co.kr)
11.30까지리-크리에이팅 베이직
(Re-creating Basic) UCC콘테스트
애플 맥 노트북PC, 소니 포켓캠코더, 3세대 아이팟 등
컨버스
(www.conversekorea.net)
11.30까지‘메이드 바이 유’ 동영상 공모전컨버스 상품권 50만 원권, DSLR 기능이 있는 디지털 카메라, 아이팟 터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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