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응우옌옥뜨 “베트남 소설, 이제 전쟁서 벗어날 때”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코멘트
“언제까지나 베트남전쟁에 대해 쓸 수만은 없습니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베트남의 젊은 여성 작가 응우옌옥뜨(31·사진) 씨가 2일 방한했다. 소설 ‘끝없는 벌판’이 베트남에서 8만 부 이상 팔리면서 베트남에서 개념조차 생소했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 작가다. ‘끝없는 벌판’은 메콩 강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척박한 현실을 그린 소설.

“사람들은 허둥대며 묻는다. ‘끝없는 벌판 읽어 봤어?’”라는 기사가 나올 만큼 소설은 화제가 됐다. 채소 장사를 하며 가난한 집안을 돕다가 고교 때 학업을 중단했다는 이력도 주목받았다.

‘끝없는 벌판’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응우옌옥뜨 씨는, 베트남 소설은 이제 전쟁에 대해 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른 얘기를 할 때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직접 전쟁에 대해 발언하든 안 하든 모든 얘기가 그 상처를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쟁과 현대사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려는 한국 작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끝없는 벌판’은 발표 당시 베트남 사회에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평과 ‘미풍양속에 반한다’는 평이 함께 쏟아졌다. 작가가 사상교육위원회에서 ‘자아비판’을 요구받는 일이 일어났고, 언론과 독자들이 작가를 지켜야 한다는 운동을 벌일 만큼 책은 사회적 논란이 됐다. 작가는 이에 대해 “결국 작품은 읽는 사람의 몫이며 나는 문학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쓴다”고 신념을 전했다.

‘한국대표단편소설선’을 읽어 봤다는 그는 “같은 아시아 작가로서 감정과 내면세계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특히 신경숙 씨의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감상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