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상의 창’으로 들여다본 서양사…‘서양지성과의 만남1’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17세기 서구 과학혁명을 대표하는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발표될 당시 이를 조롱했던 풍자화. 과학혁명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 준다. 사진 제공 꿈이있는세상
17세기 서구 과학혁명을 대표하는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발표될 당시 이를 조롱했던 풍자화. 과학혁명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 준다. 사진 제공 꿈이있는세상
◇ 서양지성과의 만남 1/조한욱 옮김/259쪽·1만2000원·꿈이있는세상

서양사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는 것, 그것도 지성사를 엮어 낸다는 것은 무척 벅찬 작업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부터 19세기 초 독일 낭만주의의 피히테까지, 핵심 사상가의 사상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서양사를 한 권에 압축하는 모험을 펼쳤다.

신문화사를 전공한 조한욱 한국교원대 교수가 EBS 교양강좌로 준비한 원고를 다듬어 출간한 이 책의 미덕은 그런 모험이 가져다주는 짜릿함보다 편안함을 추구했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세계사 시간에 배운 핵심 사상이 어떤 관계 속에서 형성됐는지를 몇몇 키워드를 통해 풀어 낸다.

철학의 탄생지이자 민주정치의 발화지로서 그리스인들이 지녔던 자부심과, 그것이 자만심으로 부패할 위험에 대한 불안의 역동적 상호 관계를 ‘휴브리스와 네메시스’라는 그리스 비극의 양대 요소로 응축해 풀어낸 점이 대표적이다. 휴브리스는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을 뛰어넘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만함을 말하고 네메시스는 그에 대한 신의 응징으로서 복수를 뜻한다.

14세기 유럽을 잇달아 강타한 대흉년과 흑사병으로 중세 사회가 요동칠 때 ‘오컴의 면도날’이란 표현으로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신학자 윌리엄 오컴을 부각한 점도 돋보인다.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종합된 중세 스콜라철학을 해체한 인물. 그가 사용한 이론적 무기인 ‘오컴의 면도날’은 “가장 단순한 설명일수록 진리에 더욱 가깝고 아름답다”는 원칙이다. 이 ‘면도날’은 양날의 면도날로 기능했는데 한편으로 개인주의를 강조하며 전통적 교황의 권위를 끊어냈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성의 힘을 약화하는 반(反)지성주의를 초래했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17세기 과학혁명에 대해서는 기존 도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18세기 계몽주의와 19세기 낭만주의의 전개를 이성 대 감성, 세계주의 대 민족주의라는 이항 대립의 코드로 풀어내는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하지만 서양지성사를 200여 쪽으로 압축해 낸 필자의 배짱은 두 쪽당 하나씩 등장하는 시원한 도판과 맞물려 서양지성사에 도전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낳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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