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쫄깃한 수다]섹시남 ‘본드’ vs 훈남 ‘본’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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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고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전직 스파이의 이야기 ‘본 얼티메이텀’에 대한 평들은 꼭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비교한다. 대체로 ‘본드는 허풍이고 본은 현실적’이라는 내용이다.

미국 영화 사이트 무비폰닷컴은 “본드와 본 가운데 누가 ‘슈퍼 스파이’인가” 하며 둘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본드는 최첨단 무기를 쓰고 날렵한 스포츠카를 몰지만 본은 펜이나 책 같은 주변 사물로 적과 싸우며 남의 차를 빌려 탄다. 대체로 본드는 ‘부티’나고 본은 ‘빈티’난다. 또 본드는 바람둥이지만 본은 한 여자만 사랑하는 일부일처주의자다. 시간이 나면 본드는 마티니를 마시며 놀고 본은 죽은 애인을 생각하거나 정체성을 고민한다. 사람을 죽이고 나서 본드는 여자들과 자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지만 본은 죄책감을 느낀다. 본드는 “본드, 제임스 본드” 하면서 자신을 과시하지만 본은 자기 이름도 마지막에야 안다.

007에 질린 건지, 요즘은 다들 본에 열광하는데 이 기사에 링크된 토론장의 댓글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본드의 고정 팬도 여전히 많았다.

“본이 스파이였어? 킬러인 줄 알았는데.” “본드야말로 진짜 남자야, 맷 데이먼은 애라고.” “람보르기니를 폴크스바겐과 비교하나? 본드는 본을 혼내 주고 본의 여자도 빼앗을걸?”

영화에 대한 평가는 빼고, 여자로서 둘을 비교하자면 유머 감각이 넘치며 여유로운 본드는 같이 있으면 즐겁지만 바람피울까 봐 불안할 것 같다. 늘 심각한 본은 신뢰는 가는데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촌스럽다. 굳이 선택하자면 연애는 본드, 결혼은 본.

배우들의 이미지도 캐릭터와 닮았다. 역대 본드 중 최고라는 숀 코너리는 물론이고 국내 양복 CF에 나와 옷 입는 법을 가르쳤던 피어스 브로스넌까지, 느끼하면서도 섹시하다. 훨씬 인간적인 새로운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는 이전 본드에 비해 못생겼다고 난리들이었지만 방한한 그를 인터뷰했을 때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머리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 ‘브리오니’(이탈리아의 최고급 수제 양복 브랜드로 역대 007이 다 입었다) 슈트를 입은 그는 007다운 모습이었다. 같이 온 여자친구도 늘씬하고 섹시해 ‘본드 걸’ 같았다.

반면 슈트 차림의 맷 데이먼은 딱 결혼식장 가는 시골 아저씨 같다. 얼마 전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 입성 사진에서도 그는 참 ‘거시기’한 베이지색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어색하게 웃었고,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바텐더였다는 아내 역시 뛰어난 미인도 아니고 액세서리 하나 없이 수수한 원피스를 입었다. 그래서 더 정이 간다. 그는 매우 가족적이고 성실하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방지나 쓰레기 줄이기 같은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멋진 사람이다.

여러 면에서 제임스 본드와 그 배우들이 ‘영국적 귀족주의’라면 제이슨 본과 맷 데이먼은 ‘미국적 실용주의’다. ‘본드 대 본’, 영화로 만들면 거기선 누가 이길까.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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