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겨울, 장진湖엔 무슨 일이…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장진호 전투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제2차 세계대전)와 함께 2대 동계(冬季) 전투로 불린다. 6·25전쟁 중인 1950년 11, 12월 함남 장진호(湖)까지 진격했던 미 해병 1사단이 중국군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까지 후퇴한 전투다.

작가이자 동서문화사 대표인 고정일(67) 씨가 그 장진호 전투를 소설로 되살려 냈다. 유년 시절 전쟁을 체험한 작가는 어느 날 장진호 전투 당시 미 해병 통역관 연락장교였던 이범신 씨에게서 두툼한 자료를 받는다. 참전병사들의 인터뷰 기록과 전쟁 일지, 일기였다. 소설 ‘얼어붙은 장진호’(동서문화사)는 이 꼼꼼한 자료를 토대로 구성됐다.

소설은 전장에서 희생되는 군인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음식을 한 점씩 떼어 입 안에 넣는 게 식사다. 눈물은 바로 뺨에 얼어붙고,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폐가 찢어지듯 아프다. 쉴 새 없이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한다. ‘죽고 죽이는 것이 정의’인 전투 장면도 끔찍하다. 서로 보이는 대로 죽이고, 죽은 자들은 눈얼음 속에 묻힌다. 2만5000명 미군 중 7000여 명, 12만8000명 중국군 중 2만600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소설에서 참혹한 장진호 전투는 끝났지만, ‘한반도는 대치 중’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일깨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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