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코와 작은 눈, 넓은 턱은 한국인 얼굴의 전형적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용진 얼굴연구소’를 운영하는 조용진(57) 한남대 객원교수 연구팀이 6, 7월 서울 경기지역 10대 이상 남녀 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약 70%가 자기 얼굴의 한국적 특성에 불만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조 교수는 이를 최근 발간한 책 ‘미인’에서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불만을 느끼는 이들 중에서 여성 42%, 남성 14%는 한국적 특성을 지우기 위해 아예 성형수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치고 싶은 부위는 ‘코’(40%) ‘눈’(29%) ‘턱 및 얼굴 윤곽’(25%) 순으로 나타나 국내 성형수술 빈도와 일치했다.
젊을수록 자기 얼굴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으며 이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데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인색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불특정 얼굴에 친근감을 표시하는 정도가 여성은 90%였으나 남성은 34%에 그쳤다. 좋아하는 타입에 대한 선택에서도 여성(60%)이 남성(34%)보다 높았다.
우리 사회에서 인기 있는 미인 스타일은 ‘남방계 미인’으로 꼽혔다. 이 타입은 전체적으로 머리의 앞뒤가 짧고 좌우가 넓은 단두(短頭)형에 정수리가 낮고 이마가 도드라진다. 남방계는 1만2000여 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한반도로 건너왔다.
조 교수는 이 같은 경향을 “헬레니즘적 미모관”이라고 이름 붙였다. 고대 그리스 말기인 헬레니즘 시대에도 얼굴과 턱이 작고 이목구비가 큰 ‘소하안(小下顔)형’ 얼굴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
그는 “헬레니즘 미모관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진취성을 잃고 감성이 유약한 사회의 특징”이라며 “현재 우리의 미모관도 1970, 80년대 경제성장의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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