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무대에서… 생활속에서… 아프리카와 연애에 빠지다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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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보낸 지난 몇 달을 되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있기 훨씬 오래전에 우리가 이 땅을 떠난 사실을 주변의 것들은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덕과 숲, 평원과 강 그리고 바람, 이 모든 것들은 그때 우리가 떠나야 했음을 알고 있었다.

-이사크 디네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중에서》

《아프리카는 오묘하다.

타래처럼 꼬인 시선이 공존한다.

무한의 자원이 묻혀 있는 기회의 땅인가 하면, 세상에 뒤처진 가난한 대륙이라는 시각도 있다.

갖가지 평가에도 공통점은 있다.

“인류의 고향이자 조상”(스티브 올슨)이다.

재즈의 발원이 된 역동적 토속리듬처럼 아프리카의 순수 에너지에 사로잡힌다.

숨쉬기조차 힘든 땡볕 탓일까.

요즘 한국도 아프리카와의 연애에 빠졌다.

아프리카 관련 동호회도 많다.

여행객은 몇 년 새 4배 이상 늘었다.

모두투어네트워크에 따르면 2004년에는 7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700여 명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얻은 공연과 패션도 호조다.

생활과 문화 곳곳에 자리한 아프리카의 숨결을 찾아봤다.》

○ 밀림과 초원이 어우러진 전시 무대 풍성

아프리카와 관련된 공연과 전시가 유독 많아졌다. 다양한 행사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대표 주자는 뮤지컬 ‘라이온 킹’. 사바나 초원의 무대가 아프리카 흥취에 젖게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의상과 소품도 맛을 살린다. 인형극 기술을 도입한 동물 캐릭터 가면도 볼거리. 서울 샤롯데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무기한 공연 중이다.

올림픽공원 내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회 ‘원시부족, 원시미술’도 빼놓을 수 없다. 아프리카 원시부족이 발산하는 강렬한 메타포가 가득하다. 9월 16일까지 현지에서 초청한 마사이족과 줄루족의 공연도 볼 수 있다.

경남 김해미술관의 ‘아프리카전’은 현지 건축물과 장식미술품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미술관 측은 “서아프리카 건축물인 ‘흙집’은 소박하지만 소중한 흙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고 평했다. 남아프리카의 구슬 공예를 비롯해 바구니 세공, 도자기 공예품 등도 감상할 수 있다.

8월 말까지 열리는 서울대공원의 ‘동물원 별밤축제’는 다양한 아프리카 동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 매주 수, 금, 토요일 오후 6시∼8시 반 전문 해설가가 함께 하는 투어가 개최된다. 하마의 체온을 재고 뱀의 허물을 만져 보는 등 어린이가 좋아할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분위기 있는 공연장에서 아프리카 음악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삐아띠 홀에서는 매달 넷째 주 금요일에 아프리카 타악연주 그룹 ‘쿰바야’의 공연이 열린다. 쿰바야는 실력 있는 타악기 전문 연주자들로 정평이 난 팀. 넓은 초원과 울창한 밀림의 포스가 장단에 넘쳐 흐른다.

가을쯤 만날 수 있는 행사도 있다. 경기 과천의 자랑인 ‘과천한마당축제’에서는 9월 29일부터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예술가들의 공연이 준비된다. 케냐 출신 배우들의 ‘아르시펠라고’, 짐바브웨의 ‘아닌카 무용단’ 등이 선보인다. 11월에는 전북 전주시에서 ‘2007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 정열과 순수가 돋보이는 아프리카 패션

패션이나 인테리어에서도 아프리카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 정열적인 분위기가 잘 맞는다. ‘비바트렌드’의 김서나 기획팀장은 “아프리카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영감을 많이 얻는 곳”이라며 “현대적으로 응용한 아프리카 룩은 국내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히트 아이템인 뱅글(bangle). 두께가 굵고 큰 팔찌의 일종으로 아프리카 여인네의 장신구에서 유래했다. 최근엔 시원함이 물씬한 메탈 소재가 인기다. 원색이나 반투명의 플라스틱 소재는 단순한 스타일의 의상도 깔끔하게 돋보이게 한다.

밀림 탐험대가 입던 ‘사파리 룩’도 인기. 패치 포켓이 달린 재킷과 챙이 넓은 모자, 얼룩말 호피무늬 등이 주목 받는다. 돌체앤가바나의 ‘애니멀리어’ 라인은 특유의 표범 무늬를 재현한 사파리 룩. 파우치와 벨트의 산뜻한 자연스러움이 여성들에게 인기다.

고급 벽지 브랜드 ‘디아이디’가 올해 선보인 인테리어 콘셉트 중 하나도 아프리카다. 마음과 영혼을 치유한다는 아프리카 토속 주술 신앙에 초점을 맞췄다. 거칠지만 편안한 원시적 매력이 고급스럽다는 평.

‘에르메스’가 테이블 제품으로 내놓은 아프리카 라인도 눈길을 끈다. 사자 코끼리 등 동물 문양을 화려한 녹색과 주황색으로 표현했다. 밝고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아프리카를 돕는 봉사단체들은 문화적 향유의 단계를 뛰어넘어 인류애를 표현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피스프렌드(www.peacefriend.or.kr). 문화와 예술을 통한 아프리카와의 교류와 지원을 도모한다. 케냐 탄자니아 세네갈의 난민 캠프와 세렝게티 자연보호 기금, 아프리카 여성 구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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