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상파 vs 차가운 케이블… 가요에 대한 두 시선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코멘트
“우승하면 새 앨범을 낼 겁니다. 소속사 사장님과 술 마시면서 약속했거든요….”

2005년 2집 발표 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3인조 남성그룹 ‘V.O.S’. 운명이 바뀐 것은 MBC의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 ‘쇼바이벌’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신인 그룹과 무명 그룹이 출연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공연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에서 ‘V.O.S’는 2회 우승을 하며 주목받았다. 이들의 라이벌로 불리는 5인조 록 밴드 ‘슈퍼키드’ 역시 서울 홍익대 앞 무명 밴드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은 ‘쇼바이벌’의 간판스타로 우뚝 섰다. “7년 전 이 프로그램을 구상했다”는 성치경 PD는 “신인 가수들이 주목을 받아야 가요계가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에 무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 가요 살리기 vs 가요 외면?

KBS2의 오락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은 탁재훈 신정환이 매주 히트 가요 한 곡을 선정해 다시 부르는 코너다. 남진의 ‘임과 함께’부터 김수희의 ‘애모’, 김종서의 ‘겨울비’를 다시 불렀던 이들은 해당 가수에게 찾아가 노래 지도까지 받고 있다. 이훈희 PD는 “우리 가요에도 명곡이 많다는 것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도 나타난다. MBC ‘쇼 음악중심’은 지난달부터 ‘파워스테이지-만남’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선후배 가수들의 합동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신인 여가수 윤하가 주현미와 함께 ‘짝사랑’을, 힙합 듀오 ‘리쌍’이 양희은과 함께 ‘네 꿈을 펼쳐라’를 랩으로 부르는 등 크로스오버 무대를 연출했다. ‘SBS 인기가요’ 역시 ‘파워 리메이크’ 코너를 신설해 후배 가수들이 선배 가수들의 히트곡을 부르고 있다.

반면 Mnet이나 KM, MTV코리아 등 케이블 음악 채널들은 정통 음악 프로그램을 대부분 새벽 시간에 편성하는 대신 ‘아찔한 소개팅’, ‘추적! X-boy 프렌드’, ‘비키니 하우스’ 등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여러 번 재방송하고 있다.

KM의 경우 지난해 10월 같은 CJ 계열인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이 개국한 이후 일반 유선 채널에서 밀려나 시청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 후 4월부터 다시 유선 채널로 복귀했다.

○ 20∼40대의 지상파 vs 10대의 케이블

이러한 원인은 △10대들에게도 외면당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자각 △인터넷이나 케이블 등 음악을 접하는 매체의 다변화, 그로 인해 지상파에 대한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 도전 △손수제작물(UCC) 등 스타 등용문의 다양화에 따른 지상파의 권력 약화 및 소재 고갈 등을 꼽을 수 있다. ‘쇼 음악중심’의 강영선 PD는 “음악시장의 침체, 획일화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책임도 있다”며 “10대가 떠난 자리에 20∼40대의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MTV코리아의 유순관 본부장은 “과거처럼 단순히 음악만 소개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전히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케이블 음악 채널은 연예, 오락 등이 결합된 ‘종합물’로 승부를 거는 추세. 현재 방송법에 명시된 케이블 채널의 전문 편성 비율은 80%. 그러나 방송위원회 공보실 오하룡 차장은 “갈수록 모호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많아져 편성 비율에 대한 규제를 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Mnet은 현재 ‘음악전문 채널’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장르 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이지영 편성팀장은 “‘음악’이라는 정통성을 버릴 의도는 없지만 과거처럼 뮤직비디오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주 시청층인 10대들의 유행을 많이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