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숙 화랑 제주-서울 이색사진전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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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실험성을 가득 담은 이색 전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꽃을 모터에 달아 회전시킨 뒤 순간을 포착하는 빌 베클리(61)와 토끼의 목을 잘라 꽃병 위에 놓고 찍은 나탈리아 에덴몬트(37)의 전시가 그것. 두 전시는 박여숙화랑이 제주와 서울에서 각각 마련하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베클리 씨의 작품전은 박여숙화랑 제주(064-792-7393)에서 8월 31일까지 열린다. 이곳은 서귀포시 안덕면 전원주택단지인 비오토피아 내 주택을 전시 공간으로 꾸민 홈갤러리. 핀크스 골프장과 인접해 있다.

베클리 씨의 사진은 식물의 꽃과 줄기를 확대해 잔털까지 드러낸다. 사진 속 식물은 미친 듯 춤을 추는 댄서이거나 커다란 상형문자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다의적이고 모호한 비주얼 언어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앞으로 꽃을 폭발시켜 흩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8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에덴몬트 씨의 작품에는 냉혹함과 아름다움, 처연함이 섞여 있다. 목을 자른 토끼 사진에 ‘리처드’라는 평범한 이름을 붙였다. 그는 “토끼는 음식(스웨덴에서는 토끼 요리를 먹는다)이어서 동양에서 닭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이는 게) 어렵지 않다”며 “작품 속 토끼는 병 때문에 죽기 직전이었고,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꽃 가운데에 생선의 눈을 여러 개 놓고 찍은 ‘옥토푸스’ 등도 있다.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 ‘공포스럽다’고 했더니, 그는 “새로운 미술은 늘 낯설었다. 익숙해지면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02-549-7574).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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