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추모 오페라 21년만에 햇빛 보다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코멘트
1986년 9월 어느 날.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이상향 금성천(Venus-Heavens) 예술가촌. 타계한 건축가 김수근(사진)의 예술 동료였던 음악평론가 박용구 씨와 작곡가 강석희 서울대 교수를 초대했다. 현세에 사는 두 사람은 다이달로스의 날개를 달고 지구에서부터 이곳으로 날아온 것.

“아니, 저건 김 형 작품 아닌가요?”(강석희)

“여기 올라오자마자 미노스 궁에 미로를 지은 다이달로스를 만났어요. 미로와 흡사한 ‘공간’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면서 새로운 작품을 지어 보라고 권하더군요. …이로써 나를 완성했어요.”(김수근)

1970년대 초 공간사옥을 비롯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설계했던 건축가 김수근(1931∼1986). 그를 기리는 오페라 ‘지구에서 금성천(金星天)으로’가 23,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다.

연극배우 윤석화 씨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독백을 하는 이 오페라는 김수근이 금성천에 건축한 ‘바벨타워’에 있는 환상적인 음악의 방, 무용의 방 등을 구경하며 인간과 우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초현실주의적인 이 오페라는 강 교수가 1986년 김수근의 추모 글을 모아 대본으로 만든 작품. 21년간 잊혀졌던 이 작품이 창작오페라를 꾸준히 무대에 올려온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의 신갑순 대표에 의해 햇빛을 보게 됐다. 신 대표는 김수근의 제자 김원(64) 씨가 보관하던 대본을 찾아 강 교수에게 오페라 작곡을 위촉했다. 올해 94세인 박용구 씨는 “인류 역사상 유명계(幽明界)를 넘나든 존재는 없었는데, 무대를 통해서나마 그곳을 다녀온다니 얼마나 고맙고 영광스러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는 창단 15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 외에 라흐마니노프가 19세에 작곡한 오페라 ‘알레코’도 아시아 초연한다. 2만∼10만 원. 02-319-172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