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를 넘어서…2007년 가요계 섹시코드의 색다른 실험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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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가요계 이슈 중 하나는 ‘여풍(女風)’.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의 6월 첫째 주 가요 순위 톱 5 안에 양파 ‘씨야’ ‘바나나걸’ 현영 등 4팀의 여가수가 들어 있다. 이들은 모두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지 않은 가수들이다. 반면 TV와 공연장에서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쇼’(서인영)‘봉춤’(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등 여가수들의 ‘하드코어’ 섹시 댄스가 이어지고 있는 것. 양파 등이 섹시 콘셉트를 벗어던진 ‘탈(脫)섹시’파라면 서인영은 이를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극(極)섹시’파로 불린다.》

○탈섹시 VS 극섹시

섹시 콘셉트를 둘러싸고 여가수들이 양극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올해 초 신곡을 발표한 가수 이효리의 부진과 관련이 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섹시 여가수의 대명사였던 이효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섹시=히트’ 공식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섹시’파가 먼저 두각을 드러냈다. 으뜸녀를 뜻하는 ‘알파걸’ 이미지를 내세운 아이비에 이어 터프함을 드러낸 렉시가 인기를 이어갔다. 렉시는 2년 전 섹시 콘셉트를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터프 걸’로 이미지를 바꾸었다. 섹시 코드 여가수들이 남자들에게 지지를 받은 반면 이들은 ‘강한 여성’의 이미지로 여성팬들을 확보했다. 이어 ‘스쿨 룩’을 선보인 신인 그룹 ‘원더걸스’,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한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그룹 ‘바나나걸’, ‘바비인형’ 이미지를 차용한 현영이 ‘탈섹시’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극섹시’파들은 공연장 등에서 하드코어적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물을 맞으며 춤을 추는 ‘물쇼’의 서인영, 야광봉을 들고 나온 채연, 봉을 사이에 두고 춤을 추는 봉춤의 4인조 여성 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남자 백댄서의 손이 여가수의 국부에 닿는 뮤직비디오로 인해 지상파 3사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엔젤 등이 그들이다.

○엇갈리는 평가

섹시 콘셉트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내외 여가수들이 늘 추구해온 스타일. 그러나 최근에는 중간 단계가 사라지고 극과 극으로 나뉜다는 게 가요계의 분석이다. ‘유혹의 소나타’(아이비) 등을 작곡한 박근태 씨는 “기존의 섹시 콘셉트를 뛰어 넘으려는 움직임이 두 극단으로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탈섹시’파들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가요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렉시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이 각광받으면서 요즘에는 섹시함보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에 팬들이 갈채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극섹시’파에 대한 시선은 냉랭하다. 작곡가 겸 제작자 윤명선 씨는 “음악 실력이 뒷받침되면 굳이 더 섹시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물쇼’로 화제를 낳은 서인영은 “가수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더 자유롭게 무대를 꾸미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성우진 씨는 “섹시 콘셉트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것은 기획이나 콘셉트 마케팅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음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같은 화제는 단발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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