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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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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 의회는 리그스 은행의 돈세탁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1836년 설립된 리그스 은행은 미국 대통령 17명을 고객으로 둔 워싱턴의 유서 깊은 은행. 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온갖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 인사의 돈세탁을 해 주고 있었던 것.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의 경우 부당하게 모은 수억 달러의 재산을 28개 계좌로 관리해 주고 있었는데 고객정보란에는 ‘전문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은퇴에 대비해 평생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온 은퇴한 전문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법적이고 ‘더러운’ 거래들을 분석 고발한다. 저자 레이먼드 베이커는 세계 60여 개국에서 40여 년간 사업을 하다가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변신한 경제인. 수십 년간 국제 비즈니스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보이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세 가지의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그것은 불법 자금, 빈곤, 왜곡된 철학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과 공정성이 결핍된 자본주의가 양극화 및 테러와 반세계화 움직임을 불러오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에 도덕적 품성을 접목하려 했던 애덤 스미스식 자본주의에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도 좋다’는 제러미 벤담의 철학이 끼어들면서 자본주의가 왜곡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세계의 안전을 위해 자유방임주의적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미국 및 서방세계의 불법 자금에 대한 제재, 세계은행의 빈곤 퇴치를 위한 금융문제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원제 ‘Capitalism's achilles heel’(2005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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