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아리엘영화제서 다큐 최우수상 받은 임은희 감독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진 제공 임은희 씨
사진 제공 임은희 씨
그날 임은희(35·사진) 감독은 단연 빛났다. 21일 멕시코 ‘아리엘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그녀는 허름한 잠바에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관중은 67분짜리 단편영화 하나로 멕시코 대표 영화제 무대에 선 작은 키의 한국인에게 숨을 죽였다.

“워낙 권위 있는 영화제라 수상은 엄두도 못 냈고 외국인에 대한 텃세도 심했어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했기에 그냥 입던 옷 입고 시상식에 참석한 건데…안 그래도 그날 아침에 여배우 한 명이 전화를 걸어와 이름을 확인했는데 이런 일일 줄은 몰랐죠.”

그녀는 현재 멕시코 국립영화제작학교 학생이자 단편영화 감독. 소록도 한센인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섬이 되다(원제 Ser Isla)’로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아리엘 영화제에 앞서 열린 멕시코 영화제 ‘피코 2007’에서도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 상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영화제 단편영화 부문에 제 영화가 본선에 올랐는데 많은 분이 ‘멕시코 영화 같다’고 하셨어요. 반대로 이곳 분들은 ‘한국 영화 아니냐’고 말하시고…그래서 멕시코에서도 색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요. 제 영화는 마치 혼혈아 같다고 할까요?”

임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잡지에서 소록도 주민들이 손에 갈고리를 끼고 일하는 사진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소설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다시 꺼내들었고 결국 촬영 스태프 한 명과 소록도를 찾았다.

“700여 명 되는 주민들한테 ‘찍히지’ 않기 위해 옷매무새도 단정히 하고 인사도 깍듯이 했죠. 그런 노력 때문인지 나중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박카스’를 주실 정도로 잘해주시더군요.”

임 감독은 우연히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직후 멕시코로 건너가 11년째 머물고 있는 그녀는 사업을 하는 오빠 일을 돕다가 영화제작학교 입학시험에 붙었다.

현지의 한국 영화 위상을 묻자 임 감독은 “2년 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이후 ‘친절한 금자씨’나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그러나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신문에서도 한국에 대한 기사는 늘 나쁜 것만 나온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목표는 바로 한국과 멕시코의 교량 역할이란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한국인 이미지 좀 높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하루아침에 크게 바뀌진 않겠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영화 만들면 언젠가는 여기에서도 한류 바람이 거침없이 불겠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