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진짜 사나이는 말이야… ‘남자가 된다는 것’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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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된다는 것/존 셰스카 등 지음·박중서 옮김/232쪽·9000원·뜨인돌

《사나이들도 여자들이 수다를 떨듯이 트림을 하고 몸을 긁적이기도 한다고? 남자 글쟁이 55명이 ‘남자다움’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말한다. 책 속엔 “사내들이란, 정말”하고 혀를 차면서도 킬킬 웃게 되는 짧고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버지는 언제나 신문에 코를 박고 계셨다. 중얼대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면서 신문에 열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에겐 미스터리였다. 신문에 뭐가 있는 걸까?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미스터리가 풀렸다. 거기에 ‘우리의 영원한 희망’ 타이거스의 전날 밤 경기 결과가 회별로 자세히 나왔다! 사진에, 통계에, 경기일정에 온갖 정보가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끝내줬던 것은 그 내용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었다.

기자인 빌 블래직의 ‘남자가 된다는 것’ 얘기다. 처음엔 스포츠 면에 열광했고 다음엔 만화 면, 그 다음엔 TV편성표 면, 그 다음엔 글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뉴스 면에 빠졌다. 자라면서 아버지가 왜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 “사나이가 겨드랑이 밑에 끼고 다니는 신문이야말로 지루함을 이기게 해 주는 수단이며, 점심 식탁의 동반자이며, 지하철에서 원하지 않는 대화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방어책”이었던 것이다.

‘남자가 된다는 것’은 작가, 기자, 남성잡지 편집자 등 남자 글쟁이 55명의 ‘남자 얘기’ 모음이다. ‘남자다움’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밝히고, 인생에서 가장 남자다웠던 순간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사내들이란, 정말”하고 혀를 차면서도 킬킬 웃게 되는, 짧고 유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대런 섄의 ‘사나이 선언문’. ①사나이는 트림을 한다! 여자들이 수다를 떨듯이 사나이들은 트림을 한다. ②몸을 긁적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몸에 어떤 상처나 벌레나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이런 행동은 인류가 동굴에 살면서 변변한 약도 없던 시절부터 유래했다. ③사나이는 항상 입을 벌리고 떠들면서 먹는다! 그렇게 먹으면 입에서 튀어나온 음식 조각들이 스웨터며 티셔츠에 잔뜩 묻기 때문에, 나중에 그걸 하나하나 뜯어 먹을 수도 있다. ④사나이는 핑크색을 증오한다! 그건 우리를 위한 색깔이 아니다. 진짜! ⑤사나이는 성적에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부모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긴 하지만, 사나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장차 돈 많고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느낌표가 팍팍 찍힌 문장이 가득한 호탕한 선언문을 읽다 보면 스포츠가 최고의 가치이고, 웬만큼 허풍 치는 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지저분한 게 멋있어 보이는 거라고 믿어버리는, 남자의 천진한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남자가 된다는 것’의 작가들은 ‘남자다워지고 싶은 마음에’ 저질렀던 실수와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그런 경험이 인생을 풍요롭게 했다고 밝힌다. 읽다 보면 남자 독자들은 무릎을 치기도,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할 것이고, 여자 독자들은 ‘화성 인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귀엽기도 하고 애틋해지기도 할 것이다. 원제 ‘Guys Write for Guys Read’(2005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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