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정다빈씨, '자살추정' 숨진채 발견

  • 입력 2007년 2월 1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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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로 사회 전체가 떠들썩하다. 탤런트 정다빈(27·본명 정혜선) 씨가 10일 오전 7시 50분 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라 2층에 있는 남자친구 이모(22·탤런트) 씨의 원룸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몸에 상해도 없어 오전 3시 반~4시 사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의 아버지가 '자살 이유가 없다'며 재수사를 요청해옴에 따라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왜 이 같은 자살이 이어질까?

●대한민국에서 여자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2005년 자살한 고 이은주 씨, 1월 자살한 가수 고 유니 씨 등 최근 2~3년간 일어난 연예인 자살 사건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연기, 노래가 아니라 외모로 모든 것을 말하는 여자 연예인에 대한 편견 △연예인들간 외모 가꾸기 경쟁 △소속사와의 갈등 등 여자 연예인은 우리 사회 사회병리학적 전선(戰線)의 최전방에 서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MBC '옥탑방 고양이'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정 씨는 SBS '형수님은 열아홉', '그 여름의 태풍' 등 후속 작들의 잇따른 실패 못지않게 성형수술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유니 씨 역시 성형 수술을 한 섹시 가수라는 이유로 '인조인간 같다' 등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정 씨의 출세작인 MBC 시트콤 '뉴 논스톱'을 맡았던 김민식 PD는 "여자 연예인은 인기가 주춤해지면 '내가 덜 예뻐서 그런가'라며 성형욕구를 느끼지만 실제로 수술을 한 뒤에는 개성이 사라져 획일화 되는 경향이 있다. 정다빈도 예뻐 보이겠다는 생각에 자기 개성이 사라져 더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 씨는 자살 전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내가 나를 잃었다고 생각했었고 나는 뭔가 정체성을 잃어 갔었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인기 여가수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여자 연예인들은 남자 연예인들 보다 스트레스가 많다. 연기, 노래 뿐 아니라 S라인 유지, 다이어트 등 외형적으로 여자 연예인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씨 역시 영화 '주홍글씨'(2004년)에서의 노출 장면 촬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 등 본질적인 부분보다 외모나 이미지 만들기에 몰두하는 소속 매니지먼트사와의 마찰도 끊임없이 벌어진다. 유니의 경우 지나친 섹시 컨셉으로 소속사와의 갈등이 컸었다는 후문. 정 씨 역시 2005년 계약 파기를 이유로 전 소속사로부터 소송을 당했으며 출연료 문제로 인한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수 차례 송사에 휘말렸다.

●개인을 넘어 사회문제로…

나아가 연예인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자살로 자신의 자살을 합리화시키는 '베르테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베르테르 현상'이란 17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간된 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젊은이들의 연쇄자살이 잇따르면서 생겨난 이른바 '모방자살현상'을 말한다.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베르테르 현상'에 따른 모방자살을 막기 위해 언론이 따라야 할 권고지침을 내 놓기도 했다. 울산대 의대 정신과 백상빈 교수는 "연예인이 자살하면 일반인들은 '나같이 하찮은 사람쯤이야'하며 모방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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