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 수사로 드러난 '권상우 협박사건'

  • 입력 2007년 2월 6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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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서울중앙지검


"나, 김태촌인데…."

지난해 4월 13일 '한류스타'인 영화배우 권상우(31) 씨는 승용차 안에서 1970년대 국내 조직폭력계의 3대 패밀리 중 하나였던 '서방파'의 옛 두목 김태촌(59)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권 씨는 일단 전화를 끊었지만 김 씨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옆에 앉아 있던 권 씨의 지인이 대신 전화를 받자 김 씨는 권 씨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하며 "권상우 집이 ○○○빌라 ○호 맞지? 내일부터 (집이)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다 이거지?"라고 위협했다.

다음날 낮 김 씨는 다시 권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권상우야? 나 김태촌인데. 어제 내가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권=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김=어제 전화받은 사람한테 얘기했는데 애들이 얘기 안했나 봐? 만나지 않겠다고 할 경우에 집으로 간다고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권=무슨 일 때문인지 말씀을 해주셔야죠.

김=내가 이름을 밝혔는데 전화로 해야겠어? 만날 시간은 없고?

김 씨는 일본인 친구 N 씨로부터 "권 씨가 일본에서 팬 미팅 행사를 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권 씨에게 공연을 할 것을 독촉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

이후 김 씨는 "일본에 N 씨라는 친구가 있는데 권상우를 고소해야겠다고 그런다. 사기로 고소해도 되고 언론에 해도 괜찮다 이거지? 내가 이렇게 얘기했어도 안 만나서 어떠한 불상사가 일어나도,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괜찮다 이거지?"라고 협박했다.

권 씨 측은 김 씨가 걸어온 전화 내용을 녹음했고,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에 녹취 내용을 제출하면서 수사를 요청했다.

2003년 5월부터 2년간 권 씨의 매니저로 활동했던 백모(29) 씨는 다른 이유로 권 씨를 협박했다. 백 씨는 2005년 11월 권 씨를 만나 2년간 자신과 전속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했다. 권 씨가 머뭇거리자 "스캔들을 폭로하면 네가 무사할 것 같냐. 어떻게 되는지 두고보자"고 위협했다.

권 씨는 결국 백 씨에게 "매니지먼트 일은 백 씨가 하는 것으로 위임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억 원을 백 씨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자필 각서를 써줬다. 검찰은 백 씨가 자신의 배후에 폭력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권 씨에게 과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충근)는 김 씨를 강요 미수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백 씨는 강요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김 씨는 교도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해 11월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구속됐다가 지병인 협심증 때문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권 씨 외에 다른 한류 스타들도 비슷한 협박에 시달린다는 정황을 잡고 매니저들에게 연락을 했으나 조사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진술을 꺼리고 주요 참고인들이 잠적하거나 출석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류 스타들의 해외활동, 캐릭터 상품판매 등 이권에 개입할 소지가 있는 해외-국내 폭력조직간 연계 가능성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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