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가는 책의 향기]미술을 사랑하고픈 당신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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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김순응 K옥션 대표

To : 미술품 수집에 입문하는 사람들

요즘 그림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점잖게는 작품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지름길이 없겠느냐는 사람부터 노골적으로는 돈이 될 만한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까지 주문도 다양하다.

나라 안팎에서 그림값이 많이 오른다는 소식을 빈번히 접하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을 떠난 부동 자금이 미술시장을 넘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순수한 애호나 장식을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미술품을 투자로 생각할 때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진정 미술을 사랑하고 또한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는 미술에 대한 열정과 안목으로 미술품을 모아 훗날 부자가 된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 반면에 미술을 돈으로만 생각하고 대들어서 낭패를 본 사람도 많이 보았다.

미술에 대한 사랑을 기르는 데 가장 주요한 책으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꼽고 싶다. 고흐의 편지를 뽑아 엮은 책이다. 고흐의 그림은 설명이 필요 없이 우리에게 가장 쉽고 친숙하면서도 큰 감동을 준다. 고흐의 생각과 생애를 그의 육필로 더듬다 보면 미술이나 화가에 대한 애정은 절로 생긴다. 그렇지 않다면 미술과는 인연이 없는 걸로 알고 포기하는 편이 좋다. 세상에는 그림 말고도 흥미진진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

미술에 관심이 생기면 다음엔 ‘가셰 박사의 초상’을 권한다. 고흐는 가장 곤고한 생애를 보낸 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37세에 권총으로 자살할 때까지 동생이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 살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팔아 보려고 갖은 애를 썼으나 평생 단 한 점의 유화밖에 팔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어떻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으며 그의 작품 ‘가셰 박사의 초상’이 어떻게 세계 최고 가격의 그림이 되었는지를 추적했다. 이 그림은 19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에 낙찰된 작품으로, 2004년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1억400만 달러에 팔릴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재미로 미술시장의 표리를 알려 준다.

미술시장의 생리를 터득했다면 이제는 딜러, 컬렉터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는 딜러이자 컬렉터인 저자가 어떻게 그림 장사를 했으며 꿈의 그림인 ‘앤디 워홀’을 손안에 넣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앤디 워홀은 아니더라도 몇십만 원짜리 그림이라도 한 점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화랑이나 경매회사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일이 있다. 산을 오르면 즐거움과 건강을 얻는다. 그러나 준비가 소홀하면 부상을 하거나 조난당할 수도 있다. 그림을 경솔하게 사면 재산상의 손실을 보거나 끝내 그림을 혐오하게 될 수도 있다. 돈이 된다는 풍문에 앞뒤 안 가리고 그림을 샀다가 그림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떨게 된 사람을 많이 보았다.

감상과 구입은 다른 문제다. 그림은 내 돈 주고 사봐야 진정한 애정과 안목이 생기고 곁에 두고 보아야 그 참맛을 안다. 젊은 날부터 한두 점 미술품을 사다 보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잘만 하면 노후 대책도 따로 세울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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