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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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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그 후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평소 운전 습관을 되돌아보고 솔직하게 선택해 보자.
①계속 운전을 하며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간다. ②다음 휴게소에서 반드시 쉰다.
많은 운전자들이 빠지기 쉬운 대표적인 오해는 ‘졸음은 내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첫 졸음 이후 운전자가 졸음을 다시 인식할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희박해진다.
다음번 졸음은 당신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온다는 얘기다.》
졸음. 외부의 자극에 응하는 힘이 약해져 수면 상태에 빠져드는 현상을 말한다.
1월 13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서울요금소 부근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 10명의 사망자와 21명의 부상자를 낸 참사의 원인은 졸음이었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한 운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과 달리 경찰의 물리적 단속과 같은 제약이 없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스키시즌은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할 기회가 많은 시기다. 2월에는 많은 사람이 새벽운전이나 야간운전을 해야 하는 설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졸음운전의 위험성과 원인을 알아봤다.
○교통사고 치사율, 일반사고의 3배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 현장에는 브레이크를 밟은 자국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속도를 유지한 채 그대로 충돌한다는 뜻이다. 사고 결과는 당연히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치명적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수석연구원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 교통사고(음주운전 제외)의 치사율이 0.5%인 데 비해 졸음운전 사고는 3배로 높은 1.4%이다”라고 말했다. 국내는 졸음운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외국에 비해 분석자료가 적은 편이다.
졸음운전은 특히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위험 요소다. 졸음운전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10∼20%. 고속도로에서는 20∼30%로 추정된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심야 새벽 오후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고속도로에서 많이 일어나며 △사고 회피를 위한 행동이 없고 △운전자가 혼자 승차한 사례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승용차 운전자는 운전 시작 90분 이후부터, 대형차 운전자는 180분이 넘어서면서 졸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새벽운전-골프 졸음 불러
주말 오후 3시경 골프를 즐기고 돌아오는 고속도로. 새벽부터 일어나 운전을 했고 18홀을 돌았다. 골프가 끝난 뒤 식사를 하면서 간단히 맥주 1잔을 곁들였다.
이런 때 졸음이 몰려오곤 한다. 졸음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인체 생활 리듬상 오후 3시는 잠에 빠져들기 쉬운 시간대에 속한다. 사람의 생활주기는 24시간이지만 수면 리듬은 12시간 단위로 움직이며 새벽과 오후에 가장 쉽게 잠에 빠져든다. 졸음운전 사고는 오전 4∼6시, 낮 12시∼오후 6시에 많이 발생한다.
새벽 운전과 골프로 육체적 피로가 쌓이면 몸속에 이산화탄소와 젖산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충북대 이순철(교통심리학)교수는 “눈꺼풀이 내려오고 손발 끝의 감각이 무뎌지는 졸음의 증상은 산소 부족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차량의 외부공기 순환을 막은 상태(내기순환)에서 운전을 하면 차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경북대 환경공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cc급 승용차로 20분만 운행해도 차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ppm으로 높아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정한 내기순환 상태의 이산화탄소 농도 기준치인 1000ppm을 넘어선다. 4명이 탑승했을 때는 4500ppm으로 치솟는다.
피로나 졸음이 느껴질 때 휴게소에 내려 스트레칭을 하면 여러 가지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우선 산소가 많은 환경에 노출된다. 스트레칭을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 체내 산소공급이 원활해진다. 또 달리는 차 안이라는 고정된 환경에서 벗어남으로써 신경감각적인 피로를 덜 수 있다.
○뺨 때리기, 껌 씹기는 임시방편
‘창문을 열고 운행하기, 음악을 크게 틀기, 껌 씹기, 뺨이나 허벅지 때리기….’
많은 운전자가 이런 방법으로 졸음을 쫓는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졸음을 완전히 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신용균 수석연구위원은 “잠깐 졸음이 사라지는 듯하더라도 나중에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할 뿐”이라며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 주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졸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쫓는 방법을 묻자 김인석 수석연구원은 “그런 묘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전날 밤을 새웠거나 피곤한 활동을 했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좋다.
졸음운전을 하지 않으려면 운전에도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업용 차량인 버스와 트럭 운전자들에게 요구되는 조건이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쉴 휴게소와 쉬는 시간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이 좋다. 최소한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연속으로 운전할 때보다 피로감을 훨씬 덜 수 있다.
고향을 찾는 길에 새벽 혹은 심야 운전을 해야 한다면 교대로 운전하는 것이 좋다. 심야와 새벽 시간대엔 더 자주 쉬어야 졸음을 막을 수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졸음운전 방지 5계명
[1] 졸음운전의 위험을 인식하라=단속이 없어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적다. 음주 때는 혼미한 정신이라도 있지만 졸음에 빠지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 설 차례를 마치고 음복으로 마신 술이 졸음을 부추길 수 있다.
[2] 천하장사도 자기 눈꺼풀은 못 든다=운전 중에 졸음이 오면 억제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짧게나마 잠을 청한다. 졸음운전자의 상당수는 체력이 약한 노인이 아니라 건강한 20, 30대라는 점을 명심하라.
[3] 졸음은 전염된다=장거리 주행을 할 때 흔히 동승자들은 잠을 자고 운전자 혼자 졸음과 외로운 투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자와 가벼운 대화를 나눠야 한다. 조수석은 운전자를 돕는 사람이 앉는 자리 이름이다.
[4] 야간·새벽 운전을 피하라=졸음운전 사고는 새벽 시간대에 가장 많다. 전반적으로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가 위험하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 2시 전후도 위험한 시간대다.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밤에 여행길에 나서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이라면 새벽이나 야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과음이나 과로는 금물.
[5] 차량 히터 온도 조절 올바르게=온도로 인한 졸음을 방지하려면 차내 온도를 21∼23도로 유지한다. 춥다고 차내 온도를 28∼30도로 맞춰 두면 졸음이 오기 쉽다. 히터의 송풍구도 얼굴보다는 앞 유리나 발밑으로 둔다. 온도 조절기를 찬 바람과 더운 바람의 중간쯤에 두고 풍량의 과다로 온도를 조절한다. 조절기를 계속 뜨거운 위치에만 두는 방식보다 쾌적하다.
자료: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경고음, 좌석진동, 디지털 기록계
진화하는 자동차 졸음감지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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