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포기해도 ‘민족’은 포기 못해” 작가회의 격론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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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문학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의 단체 명칭 변경이 보류됐다.

작가회의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15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단체 명칭에서 ‘민족문학’을 빼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안건 표결을 연기시켰다.

작가회의는 총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단체 명칭 변경안’을 확정하고 총회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회에서 다수 회원의 문제 제기로 ‘명칭 변경안’ 대신 ‘명칭 변경 연기안’이 긴급 상정돼 다수 의견(62 대 38)으로 통과됐다.

작가회의 정희성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고문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젊은 작가들을 포괄하기 위해서라도 단체 명칭을 변경할 시기가 왔다”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작가회의가 걸어 온 ‘민족문학 지향 노선’을 버릴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잇달아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김준태 시인은 “문학을 포기하더라도 ‘민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직은 ‘민족’이라는 깃발을 내려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규 시인도 “나는 ‘민족문학’에 복무하며 살아 왔다. ‘민족문학’이 아니면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회원은 “명칭 변경이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임원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며 집행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보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작가회의는 명칭 변경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백낙청 교수는 “작가회의 노선의 본질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것인 만큼 회원들도 취지를 알게 되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사무총장도 “명칭 개정 소위를 구성하고 회원들에게 내용을 성의 있게 알리는 작업을 거칠 것”이라면서 “늦어도 한두 달 안에 이에 관한 동의가 모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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