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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5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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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소설가 김연수(36) 씨는 2002년 봄 어느 날 우연히 가요 '봄날은 간다'를 듣고 한순간에 그 여성 김윤아의 팬이 된다. 이 노래는 그 전해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김연수 씨는 이 영화를 봤지만 엔딩 타이틀곡인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 일어나는 바람에,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이 노래를 알게 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한국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김 씨가 전화로 들려준 사연이다.
'봄날을 간다'를 들은 날 곧바로 자우림의 1집 앨범과 김윤아의 솔로 앨범 'Shadow of Your Smile'을 샀다. 역시, 자우림의 김윤아는 별로였다. 차분하고 섬세한 소설가의 마음에 와 닿기엔 목소리가 많이 독했다.
그렇지만 독집의 김윤아는 달랐다. 자우림에선 불특정 다수에게 외치듯 노래하던 그녀가 독집에선 오직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을 위해서만 부르는 것 같았다. "가수 김윤아가 아니라 여자 김윤아 같았다"고 김연수 씨는 말한다(흥미롭게도 김윤아도 한 인터뷰에서 "솔로일 때 저는 완전한 여자에요. 그런데 자우림에 속해있는 김윤아는 무성(無性)이에요"라고 밝혔다).
자꾸자꾸 노래를 들으면서 김연수 씨는 '내가 아는 것을 그녀도 알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꽃이 모두 지지는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질 것을 아는 사람의 마음, 사랑이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조금 있으면 끝날 것을 아는 사람의 마음. 김 씨는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진짜 그 감정을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2004년 장편 '밤은 노래한다'를 계간지에 연재할 때 그는 김윤아의 두 번째 독집 '유리가면'을 자주 들으면서 작품을 썼다.
생일이 봄이어서인지 봄이면 유달리 감상적이 된다는 김연수 씨. "김윤아도 독집 음반은 두 번 다 봄에 발표했고, 음반에 봄에 대한 노래가 많이 실렸다. 어쩐지 잘 맞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소설가는 털어놓는다. 그렇게 '마음 속의 별'이 됐지만 김 씨는 아직껏 김윤아를 만난 적도, 콘서트도 가본 적 없다. "별은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며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김 씨는 "콘서트에 초대받으면 갈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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