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주연 김아중 “성형은 살찐 것만큼 괴롭죠”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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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첫 주연을 맡은 여배우 김아중. 오른쪽은 ‘미녀는 괴로워’의 포스터.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첫 주연을 맡은 여배우 김아중. 오른쪽은 ‘미녀는 괴로워’의 포스터.
미녀가 괴롭단다. 일단 ‘미녀’라서 귀가 솔깃한 남성들, 그리고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는 뭇 여성들, 여기 미녀 한 명을 어렵게 모셨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미장원에 들러 머리카락에 윤기를 줬다(그녀를 만나기 10m 전). 입김 호호 불어가면서도 미니스커트는 입었다(5m 전). ‘또각또각’ 구두 소리와 꼿꼿한 자세는 미녀의 자존심이며 ‘애교 미소’는 서비스다(1m 전). 어느새 나타난 여배우 김아중(24). 첫 주연작 ‘미녀는 괴로워’(다음 달 14일 개봉)의 제목과 달리 괴로워 보이지 않는다. 의자에 앉은 그녀에게 다짜고짜 물어봤다. “미녀는 정말 괴로운가요?”

괴로움#1…양말 5개-압축 솜옷 껴입고 연기

“아이참, 전 전혀 미녀 아닌데요. 데뷔 전만 해도 ‘미인’ 소리 들었는데 연예계에는 예쁘신 분이 하도 많아서…. 저 결점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사진 찍으면 드러나는 피부 트러블, 짝짝이 눈 등….”

―에이, 그 정도면 미녀죠. 너무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요?

“그렇게 안 보였으면 하는데. 미녀라고 품위 유지한다거나 그런 것도 없고…. 저 떡볶이도 먹어요. 그 대신 운동은 꼭 해요.”

영화 얘기로 넘어갔다. 일본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69cm, 95kg의 얼굴 없는 ‘뚱녀’ 가수 한나가 전신성형을 통해 48kg의 미녀 가수 제니로 변신해 새 삶을 산다는 내용.

시작하자마자 고생길이었다. 95kg의 한나 역을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압축 솜으로 제작된 옷을 입어야 했고 손엔 글러브를 끼고 양말은 5개나 껴 신었다. 화장실 한 번 가는 데도 30분이나 걸렸고 얼굴엔 라텍스 소재의 살을 붙여 피부 트러블이 계속됐다.

“몸이 둔해서 연기며 발성이며 표정까지 두 배로 해주지 않으면 티가 안 나더군요. 이해 못 하시겠죠? 그냥 있잖아요…기자님이 다아∼(손을 둥그렇게 하며)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괴로움#2…예뻐지려고 살빼는 고통 공감

뚱녀로 변신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단다.

“특수 분장하고 길거리에 나가봤어요. 근데 제 뒤로 수군수군 소리가 들리더군요. ‘야, 토할 거 같아. 너 가져’, ‘너 쟤랑 사귀면 100만 원 줄게’ 같은 험담이죠. 그날 느낀 분함으로 한나 캐릭터를 만들었죠.”

―‘예쁘면 살기 편하다’는 말에 공감하나요?

“갈수록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요. 저도 고등학생 때 도시락 2개 싸 갖고 다니며 무진장 살이 쪘고 힘들게 다이어트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은 예뻐지길 바라는 데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한나가 선택한 방법은 ‘전신성형’이었다. 그러나 한나는 뚱뚱한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미녀가 된 제니는 성형 사실에 대해 모두 슬프다. 결국 미녀든 뚱녀든 괴로운 건 마찬가지란 뜻 같다. 그러자 그녀는 “성형은 스스로 필요할 경우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유행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진지한 표정이다.

지난해 KBS 드라마 ‘해신’ ‘별난남자 별난여자’에 출연해 ‘방송계 가장 빛나는 신인’ 중 한 명으로 불렸던 그녀는 이제 영화계 샛별이 되길 바란다.

“아직 멀었지만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느낌은 행복해요. 그 느낌은 뚱녀 한나에게서 느꼈던 푸근함과 비슷한 것 같아요.”

미녀의 ‘뚱녀 예찬’이라. 어째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아잉∼, 저 A형이에요. 소심해요”라며 애교와 앙탈을 적절히 섞는다. 사람을 녹이는 저 기술…. 아, 미녀보다 기자가 더 괴로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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