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베스트셀러]부산 번화가 서면로터리에는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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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거제동 삼보약품 상무이사인 이준호(45) 씨는 한 달에 50∼60권의 책을 사는 독서광. 사무실 근처에 서점이 있지만 15분 정도 걸리는 서면로터리의 영광도서에 자주 간다.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고 책이 다양해서다. 그가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였다.

대학생인 김지선(20·여) 씨는 서면로터리의 동보서적에 1주일에 한두 번은 가는 편이다. 서점 뒤편의 영화관 가는 길에 약속 장소로도 애용한다. 23일 서점에서 만난 그의 손엔 일본 소설 ‘1리터의 눈물’이 들려 있었다.

부산 최대의 번화가인 서면로터리 북서쪽과 남쪽에는 각각 영광도서와 동보서적이 있다.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데 두 서점의 이용자와 베스트셀러는 확연하게 다르다.

영광도서의 이번 주 베스트셀러 1위는 국세청이 펴낸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연말을 맞아 1주에 300부 이상이 나갈 정도로 근처 직장인들에게 인기여서 4층에 전시됐던 책이 1층 현관 앞 판매대로 내려왔다. 10위권 이내의 책들은 대체로 ‘부의 미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콜드 리딩’처럼 경제경영서들이다.

반면 동보서적의 베스트셀러 1위는 일본소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10위 이내엔 ‘여자생활백서’ ‘향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말랑말랑한 책이 다수였다. ‘부의 미래’는 10위권 안에 없었고 경제경영서로는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유일했다. 이 책은 영광도서에선 순위 밖이다.

영광도서를 찾는 독자들이 경제경영, 처세에 관심이 많고 남성적이며 중후하다면, 동보서적은 문학이 주류이며 젊고 여성적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덕분이다. 영광도서 주변엔 사무용 빌딩과 중년이 자주 찾는 맛집 등이 밀집한 반면 동보서적은 주변에 영화관, 대형 할인매장 등이 있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 꾸준히 교양강좌를 열어 지역밀착형 서점으로 뿌리내린 두 곳은 부산에서 매출 1, 2위를 다툰다. 대형 서점 체인의 진출에 별 타격을 받지 않은 것도 다른 지역에선 드문 일이다.

영광도서 김교섭 차장은 “독자들이 점점 더 실용적인 책을 고르고 리스트를 들고 와 필요한 책만 사가는 추세”라며 “서점에 와서 책을 뒤적이는 사람을 보면 반가울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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